나의 창작시

밤의 축복

신사/박인걸 2020. 7. 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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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축복

 

거리의 간판들마다 점멸되고

24시간 편의점 간판만 불이 밝다.

왕래하던 발자국 소리는 끊기고

간간히 노래방 음악만 어둠을 울린다.

수레바퀴의 마찰음에 자지러지던

시커먼 아스팔트는 길게 눕고

미친 여자 머리칼처럼 흔들리던 가로수도

지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어둠은 빛을 집어 삼키고

시간은 시간을 어둠으로 몰고 가지만

세상을 조용한 이불로 덮는 손길에

나는 신(神)의 깊은 사랑을 느낀다.

그토록 분요(紛擾)하던 땅은

순한 양처럼 고개를 깊이 숙이고

성난 진돗개처럼 날뛰던 세상은

쏟아지는 별빛에 돌부처처럼 서 있다.

반복 찾아오는 어두움은

하루를 비우고 또 하루를 빚으며

깊은 밤은 나를 마취한 후

의과의사처럼 내 의식을 수술한다.

매일 아침 나는 새 사람이 된다.

20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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