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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389

고운 얼룩아!

고운 얼룩아! 호수에 담긴 달빛 보석처럼 빛나고은하수 동남으로 강물 되어 흐른다.시냇물 밤새도록 지절대며 흐르고초저녁 황조롱이 먹이 찾아 난다.별 빛 물결위로 쏟아지고여울물 소리 산메아리되어 퍼질 때면정적 감도는 산촌마을은그윽한 신비감에 깊이 빠져든다.겹꽃 해당화 향기 어둠 헤치고앞마당까지 살금살금기어 올 때면반딧불이 깜빡이며 곡예를 하고누렁이도 신이 나서 꼬리 춤 춘다. 산나리꽃 밭둑에 촘촘히 피고접시꽃 싸리 울타리에 기대어 피고호박꽃 수박 꽃 달빛에 피는꽃들 향연에 온종일 취한다.논일 밭일 지친 늙은 아버지목침 베고 대청마루 꿈길 거닐 때면참새도 처마 밑 깊이 잠들고마당가 자귀나무꽃 꽃술을 세운다.흔한 칠십 나그네 삶에여태껏 잡혀 사는 여름 밤 추억도시에 묻혀 재가 된다 해도여전히 지워지지 않을 고운..

나의 창작시 2024.06.09

삶에 대한 단상

삶에 대한 단상 오늘도 아침은 서서히 밝아오고세상은 해맑게 깨어난다.나의 일상은 어제처럼 시작되고삶의 미로를 향해 다시 걷는다. 삶은 고요한 바다 같다가도순식간에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무수한 색깔의 파장에나의 발걸음은 상당히 흔들리지만,주저앉지 않고 내 길을 걸어야 한다. 삶이 때론 장미꽃밭 같아빛나는 순간들이 찬란하게 피어오른다.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서도작은 그림자는 마음 한구석에 드리워져가끔은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한다. 때론 어둔 산길과 같아길을 잃고 한동안 헤매기도하지만,사노라면 그 또한 삶의 일부나는 더듬으며 길을 찾아내 삶의 흔적을 남긴다. 삶은 백지에 그리는 그림자기가 만들어가는 어떤 이야기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없는 길을 만들며 헤쳐나가지만그 길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 삶은 희망으로 이..

나의 창작시 2024.06.09

찰나의 순간

찰나의 순간 이제는 모두 사라졌다.머릿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아있다.뒤돌아보면 아주 먼 옛이야기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것들도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것들도바람 앞에 등불처럼 스러져갔다.일시적 기쁨에 취해어리석게도 나만의 세계에 빠져그림자처럼 사라질 것들을 움켜잡으려비틀거리며 달리던 시간이 아깝다.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고다시 이팝나무꽃이 쌀밥처럼 쏟아져도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어느 냇가에 섰을 때 맑은 빛깔은 같아도그때 내가 느꼈던 그 물결은 아니다.길거리에 서있는 회화나무 껍질이오래전 내가 기대였던 아득하고 든든했던 나무가 아니다.지금은 내가 한없이 배가고프다.하루 세끼 좋은 반찬을 곁들여도허기진듯한 감정의 출처는 궁금하지 않다.나무 테보다 더 두꺼운 연륜이의식을 저장하는 공간을..

나의 창작시 2024.04.27

11월 말일에

11월 말일에 샛노란 은행잎과 새빨갛게 빛나던 단풍잎이 며칠 사이에 곤두박질 치고 살발려먹은 고깃뼈처럼 앙상한 가지만 찬 바람에 몸서리친다. 그 푸르던 칠엽수 마로니에 잎과 큼직한 오동나무 잎 뚝뚝 떨어지니 황혼길에 접어든 나그네 텅 빈 가슴 헌옷처럼 찢어진다. 몇해 전만 해도 이런 날에는 막연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가을빛 공원을 뒤덮을 때면 앞집 소녀가 한없이 그리웠었다. 늦가을 분위기에 휩싸일 때면 고개 내미는 진한 추억들이 내 손을 이끌고 옛 마을앞에 세웠는데 이제는 그리움도 시들어진 마음에 찬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검은 구름은 어디론가 바삐달려가고 낯선 사람들 총총(悤悤)히 사라지듯 늙는 얼굴 허망한 인생 올해 11월은 빈집만큼 쓸쓸하다. 2023,11,25

나의 창작시 2023.11.25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구름은 아무렇게나 흐르는 것 같아도 반드시 흘러가는 길이 있고 바람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다녀도 할 일 없이 떠돌지 않는다. 이 세상에 목적 없이 존재하는 물체와 방향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 나뭇잎이 몽땅 떨어져 차바퀴에 치여 뒹굴어도 치열하게 한해를 살아온 색깔은 바닥에서도 황금빛으로 빛난다. 누군가는 삶을 허무하다 말했고 어떤 이는 인생을 번뇌와 고통을 보았으며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로 보았지만 한번 살다가는 삶은 분명 신의 선물이다. 때로는 고통이 가슴을 찌르고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해도 보이지 않는 신의 희안한 손길이 아주 세심하게 피조물을 모듬는다. 가을이 일시에 무너지는 시간에 그분은 겨울로 우리를 단련하려 하신다. 삶에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어리석은 질문..

나의 창작시 2023.11.13

낙엽

낙엽 뜨겁게 달아오를 때 나는 막다른 절정을 예감했다. 비정한 한기(寒氣) 휘몰아치던 밤 일제히 무너지는 황홀이여 아직 작은 맥박에 꿈틀거리는 창백한 아파리들의 신음 만국기처럼 휘날리던 보람도 모래언덕처럼 무너져내리는 허무여! 붙어있는 동안의 빛나던 영화 버림받는 순간의 비극 차라리 벌레게 갉아 먹힌 운명이 추락보다 더 아름다웠으리 배웅받지 못하는 이별 허공을 배회하다 사라지는 슬픔 낙엽 수북히 쌓인 공원에는 무상(無常)의 그림자만 물결친다. 2023.11.7

나의 창작시 2023.11.07

슬픔

슬픔 낙엽이 발에 밟힌다. 사라져버린 젊은날의 영광이여 짙푸르던 빛깔의 과시여 별처럼 빛나던 형형이여 어찌하여 곤두박질쳐진 채로 돌아갈 수 없는 미아가 되었는고 해는 이미 저물고 허무만 길 위에 뒹굴고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샌다. 무서운 시간에 생명을 갉아 먹히고 마지막 한 잎까지 잃어버렸다. 감추었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발밑에서 숨을 거두는 생명을 슬퍼한다. 일제히 잎의 죽음을 맞는 목본식물의 이파리들이 너부러진 황금길에는 슬픔이 출렁인다. 해마다 그 일이 반복되는 길목에서 나의 기억은 또렷하다. 한 닢 낙엽이 되어 돌아갈 내 운명이 2023,11,6

나의 창작시 2023.11.06

가을 탄식

가을 탄식 가을을 붙잡던 코스모스 지고 맨드라미꽃만 아직 뜨겁다. 플라타너스 누런 떡잎 서글프고 그늘에 핀 구절초 애달프다. 짙게 드리운 저녁노을 나그네 마음 왠지 불안하고 강물처럼 흘러간 시간이 가슴 한구석에 아쉬움을 채운다. 봉숭아꽃 뒤뜰에 필때만해도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있었는데 귀뚜라미 노래마저 종적을 감춘 늦가을 분위기가 가슴을 누른다. 내 나이 말뚝에 붙잡아 매고 더 이상 세월에 끌려가기 싫으나 낡은 고삐가 매기도 전에 끊어지니 아뿔사 또 한 살이 무너져 간다. 2023,10,21

나의 창작시 2023.10.21

9월

9월 9월 달력에는 코스모스꽃이 일렁인다. 병든 나뭇잎과 풀잎에서 이별의 신호를 읽는다. 온종일 울어대던 매미와 여름풀벌레는 이미 떠났고 작열하던 한낮 햇살도 어미 잃은 새처럼 한풀 꺾였다. 뒤뜰에 피어난 분꽃도 서글픈 웃음 빛이 역력하고 떨어져 뒹구는 능소화가 여름 이별을 고한다. 새끼줄타고 오르던 나팔꽃 이제는 지쳐서 잠들고 콩깍지 모양의 자귀열매가 분홍 꽃 수술을 그리워한다.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었고 내려 놓는 일만 남았다. 떠나야 할 시간의 호출 앞에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2023,9,2

나의 창작시 2023.09.02

간이역

간이역 거칠게 달리던 열차의 숨결이 더디게 굴러가는 바퀴 소리처럼 잦아든다. 역무원 하나 없는 역에는 늦여름 매미 소리만 정적을 깬다. 퇴락한 농촌에는 승객마져 사라져 몇 칸 안 되는 열차는 초라하고 손님 북적이던 과거의 추억만이 낡은 계단 이끼에 고여있다. 고추잠자리 맘껏 노니는 역에는 무성한 잡초향기만 짙게 풍기고 신비탈에 자리 잡은 시골 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정겹다. 어느 해 비둘기호를 타고 지나던 어렴풋한 추억을 되짚으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옛 정취에 작은 감동이 가슴을 흔든다. 2023,8,25

나의 창작시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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