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아파트 창너머로 밤 비가 내리네요.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거리에는 서로를 찾는 그림자들이 춤을 추고 비에 젖은 은행 나뭇잎 위로 굵은 빗방울이 눈물처럼 흘려내려요.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가 가슴 가득히 차오를 때면 아련한 그리움도 북받쳐 오르고 사라졌던 기억도 되살아나네요. 비내리던 그해 여름 밤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녀와 함께 밤길을 걸을 때 동그란 그의 눈동자가 또렷이 빛났지요. 밤비는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토란 알처럼 쏟아내고 오래전 시들은 감정까지 찾아내어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어요. 2023,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