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 창작시 1373

슬픔

슬픔 낙엽이 발에 밟힌다. 사라져버린 젊은날의 영광이여 짙푸르던 빛깔의 과시여 별처럼 빛나던 형형이여 어찌하여 곤두박질쳐진 채로 돌아갈 수 없는 미아가 되었는고 해는 이미 저물고 허무만 길 위에 뒹굴고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샌다. 무서운 시간에 생명을 갉아 먹히고 마지막 한 잎까지 잃어버렸다. 감추었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발밑에서 숨을 거두는 생명을 슬퍼한다. 일제히 잎의 죽음을 맞는 목본식물의 이파리들이 너부러진 황금길에는 슬픔이 출렁인다. 해마다 그 일이 반복되는 길목에서 나의 기억은 또렷하다. 한 닢 낙엽이 되어 돌아갈 내 운명이 2023,11,6

나의 창작시 2023.11.06

가을 탄식

가을 탄식 가을을 붙잡던 코스모스 지고 맨드라미꽃만 아직 뜨겁다. 플라타너스 누런 떡잎 서글프고 그늘에 핀 구절초 애달프다. 짙게 드리운 저녁노을 나그네 마음 왠지 불안하고 강물처럼 흘러간 시간이 가슴 한구석에 아쉬움을 채운다. 봉숭아꽃 뒤뜰에 필때만해도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있었는데 귀뚜라미 노래마저 종적을 감춘 늦가을 분위기가 가슴을 누른다. 내 나이 말뚝에 붙잡아 매고 더 이상 세월에 끌려가기 싫으나 낡은 고삐가 매기도 전에 끊어지니 아뿔사 또 한 살이 무너져 간다. 2023,10,21

나의 창작시 2023.10.21

9월

9월 9월 달력에는 코스모스꽃이 일렁인다. 병든 나뭇잎과 풀잎에서 이별의 신호를 읽는다. 온종일 울어대던 매미와 여름풀벌레는 이미 떠났고 작열하던 한낮 햇살도 어미 잃은 새처럼 한풀 꺾였다. 뒤뜰에 피어난 분꽃도 서글픈 웃음 빛이 역력하고 떨어져 뒹구는 능소화가 여름 이별을 고한다. 새끼줄타고 오르던 나팔꽃 이제는 지쳐서 잠들고 콩깍지 모양의 자귀열매가 분홍 꽃 수술을 그리워한다.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었고 내려 놓는 일만 남았다. 떠나야 할 시간의 호출 앞에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2023,9,2

나의 창작시 2023.09.02

간이역

간이역 거칠게 달리던 열차의 숨결이 더디게 굴러가는 바퀴 소리처럼 잦아든다. 역무원 하나 없는 역에는 늦여름 매미 소리만 정적을 깬다. 퇴락한 농촌에는 승객마져 사라져 몇 칸 안 되는 열차는 초라하고 손님 북적이던 과거의 추억만이 낡은 계단 이끼에 고여있다. 고추잠자리 맘껏 노니는 역에는 무성한 잡초향기만 짙게 풍기고 신비탈에 자리 잡은 시골 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정겹다. 어느 해 비둘기호를 타고 지나던 어렴풋한 추억을 되짚으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옛 정취에 작은 감동이 가슴을 흔든다. 2023,8,25

나의 창작시 2023.08.25

광얏길

광얏길 가도 가도 끝없는 생(生)의 광얏길의식 속에 가로놓인 이 험한 길풀 한 포기 뿌리박지 못한 돌밭에는생명의 기운마저 자취를 감춘다.내가 걸어온 사십 년 거친 길에는언제나 긴장과 두려움만 가로놓였고목마름과 갈증에 숨이 막힐 때두 다리 뻗고 하늘 향해 울부짖었다.망망한 거리에 질리고 질려흑암의 골짜기에 놀라고 또 놀라타는 가슴 타는 목마름오아시스 하나 없는 죽음의 벌판위로의 그늘 하나 없는 무자비한 땅선택을 강요당한 숙명의 세월포기와 회귀가 금지된 구간(區間)기진역진 스러진 길목에는사나운 바람만이 여윈 볼을 때린다.모멸(侮蔑)과 자학(自虐)의 시퍼런 칼날살갗을 도려내는 비명의 호읍(號泣)이제는 앙상한 학발(鶴髮)의 노인아직도 감춰진 종말의 행군!2023,8,18

나의 창작시 2023.08.18

흐린 날

흐린 날 지친 구름이 리첸시아에 앉아 도시 풍경에 젖어든다. 곰배령을 걸어서 넘던 그해 나를 미궁으로 몰아넣던 구름이 아닐까. 푸른 하늘을 집어삼키고 이글거리는 태양을 흑막(黑幕)에 가두는 구름의 힘을 나는 비웃는다.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이런 날에는 아득했던 그 날이 소환된다. 온종일 두 다리로 걸으며 용산 굴다리를 수없이 왕복했다. 맑은 날도 흐린 날이었고 흐린 날도 나에게는 흐린 날이었다. 한 번 만나면 헤어질 사람들과 영원히 기억나지 않을 대중 사이로 낡은 수레 하나에 짐 보따리를 싣고 버스 정류장까지가 내 임무였다. 성프란시스고의 자서전을 읽으며 성인(聖人)의 삶을 동경하며 입학한 한 선지 생도의 현실은 막노동의 현장에서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자존심은 짓밟혔다. 낡은 담벼락 아래 앉아 망연..

나의 창작시 2023.08.17

여름 숲 길

여름 숲 길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볕뉘비치고 일제히 우는 매미의 동성(同聲) 숲의 정적을 산산히 부순다. 햇볕에 지친 바람 숲을 찾아들고 산기슭 빨갛게 익은 산딸기 한여름 절정을 알린다. 온통 방산 되는 숲의 정기(靜氣)는 늙은 고목에도 싹을 틔우고 죽은 삭정에 꽃을 피운다. 빈가지 하나 없어 북받친 감정 녹림 사이에 흐르는 산새 소리마저 더위에 지친 길손을 홀린다. 삶의 허무와 무상(無常)은 사라지고 낭만과 패기가 출렁대는 한여름 숲에는 푸른 별이 쏟아진다. 2023,8,2

나의 창작시 2023.08.02

여름밤 추억

여름밤 추억 별 숲에 갇힌 산촌 마을에 풀벌레 노랫소리 깊어가는 밤 은하수 강물처럼 빗겨 흐를 때 아스라이 떠오르는 어떤 그리움 북두칠성 지쳐서 산위에 눕고 길잃은 반달은 중천에 걸려 반딧불이 하나둘 불 밝힐 때면 미소짓던 소녀가 마음흔들고 바람한 점 없는 열대야에도 거불거불 피어나는 모깃불 연기 멍석에 누운 어린 소년은 소녀와 손잡고 별숲을 달린다. 냇물은 여전히 여울져 흐르고 장독대 봉숭아꽃 여간 수줍고 점박이 바둑이 깊이 잠들 때 그리움 품은 소년도 꿈길을 간다. 2023,7,29

나의 창작시 2023.07.29

비를 맞으며

비를 맞으며 아스팔트에 물길이 났다. 길가 꽃들은 비를 쫄딱 맞아 초라하고 날개 젖은 비둘기 가련하다. 플라타너스 잎은 더러 뒹굴고 도시 매미도 빗줄기에 입을 닫았다.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 젖은 바지를 끌며 어디론가 걷는다. 늘 그랬듯이 비는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장맛비가 며칠간 내릴 때면 을씨년스러운 나만의 감정에 도망치고 싶다. 불어난 냇물을 건너던 아이가 아랫마을 봇(洑)둑에 엎어져 있었다. 따지고 보면 해묵은 일인데 왜 나는 아직도 그때의 아픈 기억을 비 오는 날이면 소환할까? 그 아이 엄마 눈에서 핏물 같은 눈물이 장맛비처럼 쏟아질 때 그 곁에 있던 나도 따라 울었다. 무작위로 내리는 비는 애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빗줄기가 굵어질 때면 내 가슴은 아슬아슬한 벼랑위를 걷는다. 천둥과 번..

나의 창작시 2023.07.24

여름밤 빗소리

여름밤 빗소리 밤 별은 뿔뿔히 흩어졌고 달빛은 밤 구름속에 갇혔다. 댓줄기처럼 퍼붓는 빗발에 명멸의 가로등이 나를 긴장케 한다. 홍수에 휩쓸려간 영혼들과 어느 병사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곡 잔상이 아직 맴도는데 퍼붓는 폭우가 두렵다. 밤비에 젖어 도시 거리를 걸으면 아련한 추억들이 빗물에 스며들어 순수한 감정은 깊게 차오르고 내 마음은 그대 생각으로 채웠다. 춤추는 빗방울은 내 맘을 감싸 안고 작은 속삭임으로 다가왔으며 빗소리에 녹아내린 나의 가슴은 큰 그리움에 폭발했었다. 오늘 내리는 밤비는 지난날의 낭만을 송두리째 뒤엎고 전장의 총알처럼 퍼부으니 긴 밤을 뜬눈으로 벋놓는다. 2023,7,22

나의 창작시 2023.07.2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