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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373

그리움에 대하여

그리움에 대하여                               박인걸아득하게 흘러가는 구름처럼잡을 수 없는 손길 닿지 않는 곳에여전히 내 마음 깊이 머물러 있는 그리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헤아릴 수 없이 먼 하늘 별빛은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나듯내 마음 역시 같은 자리에서아직도 그대를 그리워한다. 때로는 깊은 심해와 같은내 가슴속에 그대는 일렁이고그리움의 파편이 심장을 두들일때면가라앉기까지 먼바다를 바랄 볼 뿐이다. 나는 길 잃은 나그네처럼그대를 찾아 헤매는 내 영혼내 마음 언제 그대에게 전해질까.나 또한 그 숨결 언제나 느껴볼까. 마지막 잎새 땅에 떨어지듯그리움도 세월은 지우고 말겠지그리움까지 날개를 접고나면방황의 흔적도 사라지고 말겠지,2024,6,14

나의 창작시 2024.06.14

비(雨)

비(雨) 비가 온다.흐느끼며 비가 온다.소리치면서 비가 쏟아진다.빗줄기 창문을 두드리며 거세게 오고천둥과 번개는 세상을 찢는다.내 어머니는 한평생 비를 맞으며자기 운명을 비에 헹구어 내며 울었다.온종일 비맞는 사람의 방에서등잔불은 늙은 어머니 주름처럼 수그러지고나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걸었다. 비가 온다.내 머리 위로, 때론 가슴에 쏟아진다.발걸음 닫는 곳마다 고독이 고여길위에 물웅덩이가 깨어지고길가 비에 젖은 잡초는 몸서리치며길잃은 새들이 슬프게 운다.이렇게 하염없이 비내리는 날에는모든 생각을 주머니에 쑤셔넣고나는 이명(耳鳴)처럼 들리는 빗소리에고집 샌 거위처럼 눈을 감는다.2024,6,13

나의 창작시 2024.06.13

찔레 꽃

찔레 꽃 찔레꽃 하얗게 피어난잡초 우거진 언덕을 오를 때초라했던 우리네 삶의 조각들이떨어진 꽃잎에 고여있다. 찔레꽃처럼 번져가던 소녀 얼굴의 마른버짐을안타까운 눈동자로 바라보던 어머니의 아픈 눈물이 보인다. 소슬바람에도 흔들리며 피던소박한 웃음 뒤에 숨겨진 궁핍했던 그 시절 이야기를자기들끼리 속삭인다. 엉킨 가시덤불은 고단한 삶의 흔적뻗어 오르지 못한 줄기는가난의 무게를 견뎌낸 이들의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거친 땅에 둥지를 틀고스스로를 낮추어 처신하며그렇지만 결코 비굴하지 않은순수한 희망의 빛이었다. 이맘때면 다시한 번 기억나는가난한 땅을 홀로 밝히던 꽃부요한 시대가 놓치고 살아가는소중한 기억을 되살린다. 2024,6,12

나의 창작시 2024.06.12

넝쿨 장미 꽃

넝쿨 장미꽃 도시 벽돌집 울타리그리움처럼 얽히는 장미 넝쿨그 끈질긴 손길로 벽을 잡고시간의 흔적을 더듬으며 피어나네. 새빨갛다 못해 핏빛으로뜨겁게 쏟아내는 짙은 향기바람결에 오가는 작은 속삭임잠시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 수그러들지 않는 열정으로한여름을 가로지르는 뜨거운 사랑어떤 장벽도 가로막을 수 없는심장 소리보다 더 강한 울림 유월이면 한결같이 피어나는언제나 변하지 않는 믿음의 상징세월히 흘러도 기억속에 남는넝쿨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여!2024,6,10

나의 창작시 2024.06.10

고운 얼룩아!

고운 얼룩아! 호수에 담긴 달빛 보석처럼 빛나고은하수 동남으로 강물 되어 흐른다.시냇물 밤새도록 지절대며 흐르고초저녁 황조롱이 먹이 찾아 난다.별 빛 물결위로 쏟아지고여울물 소리 산메아리되어 퍼질 때면정적 감도는 산촌마을은그윽한 신비감에 깊이 빠져든다.겹꽃 해당화 향기 어둠 헤치고앞마당까지 살금살금기어 올 때면반딧불이 깜빡이며 곡예를 하고누렁이도 신이 나서 꼬리 춤 춘다. 산나리꽃 밭둑에 촘촘히 피고접시꽃 싸리 울타리에 기대어 피고호박꽃 수박 꽃 달빛에 피는꽃들 향연에 온종일 취한다.논일 밭일 지친 늙은 아버지목침 베고 대청마루 꿈길 거닐 때면참새도 처마 밑 깊이 잠들고마당가 자귀나무꽃 꽃술을 세운다.흔한 칠십 나그네 삶에여태껏 잡혀 사는 여름 밤 추억도시에 묻혀 재가 된다 해도여전히 지워지지 않을 고운..

나의 창작시 2024.06.09

삶에 대한 단상

삶에 대한 단상 오늘도 아침은 서서히 밝아오고세상은 해맑게 깨어난다.나의 일상은 어제처럼 시작되고삶의 미로를 향해 다시 걷는다. 삶은 고요한 바다 같다가도순식간에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무수한 색깔의 파장에나의 발걸음은 상당히 흔들리지만,주저앉지 않고 내 길을 걸어야 한다. 삶이 때론 장미꽃밭 같아빛나는 순간들이 찬란하게 피어오른다.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서도작은 그림자는 마음 한구석에 드리워져가끔은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한다. 때론 어둔 산길과 같아길을 잃고 한동안 헤매기도하지만,사노라면 그 또한 삶의 일부나는 더듬으며 길을 찾아내 삶의 흔적을 남긴다. 삶은 백지에 그리는 그림자기가 만들어가는 어떤 이야기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없는 길을 만들며 헤쳐나가지만그 길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 삶은 희망으로 이..

나의 창작시 2024.06.09

찰나의 순간

찰나의 순간 이제는 모두 사라졌다.머릿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아있다.뒤돌아보면 아주 먼 옛이야기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것들도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것들도바람 앞에 등불처럼 스러져갔다.일시적 기쁨에 취해어리석게도 나만의 세계에 빠져그림자처럼 사라질 것들을 움켜잡으려비틀거리며 달리던 시간이 아깝다.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고다시 이팝나무꽃이 쌀밥처럼 쏟아져도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어느 냇가에 섰을 때 맑은 빛깔은 같아도그때 내가 느꼈던 그 물결은 아니다.길거리에 서있는 회화나무 껍질이오래전 내가 기대였던 아득하고 든든했던 나무가 아니다.지금은 내가 한없이 배가고프다.하루 세끼 좋은 반찬을 곁들여도허기진듯한 감정의 출처는 궁금하지 않다.나무 테보다 더 두꺼운 연륜이의식을 저장하는 공간을..

나의 창작시 2024.04.27

11월 말일에

11월 말일에 샛노란 은행잎과 새빨갛게 빛나던 단풍잎이 며칠 사이에 곤두박질 치고 살발려먹은 고깃뼈처럼 앙상한 가지만 찬 바람에 몸서리친다. 그 푸르던 칠엽수 마로니에 잎과 큼직한 오동나무 잎 뚝뚝 떨어지니 황혼길에 접어든 나그네 텅 빈 가슴 헌옷처럼 찢어진다. 몇해 전만 해도 이런 날에는 막연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가을빛 공원을 뒤덮을 때면 앞집 소녀가 한없이 그리웠었다. 늦가을 분위기에 휩싸일 때면 고개 내미는 진한 추억들이 내 손을 이끌고 옛 마을앞에 세웠는데 이제는 그리움도 시들어진 마음에 찬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검은 구름은 어디론가 바삐달려가고 낯선 사람들 총총(悤悤)히 사라지듯 늙는 얼굴 허망한 인생 올해 11월은 빈집만큼 쓸쓸하다. 2023,11,25

나의 창작시 2023.11.25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구름은 아무렇게나 흐르는 것 같아도 반드시 흘러가는 길이 있고 바람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다녀도 할 일 없이 떠돌지 않는다. 이 세상에 목적 없이 존재하는 물체와 방향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 나뭇잎이 몽땅 떨어져 차바퀴에 치여 뒹굴어도 치열하게 한해를 살아온 색깔은 바닥에서도 황금빛으로 빛난다. 누군가는 삶을 허무하다 말했고 어떤 이는 인생을 번뇌와 고통을 보았으며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로 보았지만 한번 살다가는 삶은 분명 신의 선물이다. 때로는 고통이 가슴을 찌르고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해도 보이지 않는 신의 희안한 손길이 아주 세심하게 피조물을 모듬는다. 가을이 일시에 무너지는 시간에 그분은 겨울로 우리를 단련하려 하신다. 삶에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어리석은 질문..

나의 창작시 2023.11.13

낙엽

낙엽 뜨겁게 달아오를 때 나는 막다른 절정을 예감했다. 비정한 한기(寒氣) 휘몰아치던 밤 일제히 무너지는 황홀이여 아직 작은 맥박에 꿈틀거리는 창백한 아파리들의 신음 만국기처럼 휘날리던 보람도 모래언덕처럼 무너져내리는 허무여! 붙어있는 동안의 빛나던 영화 버림받는 순간의 비극 차라리 벌레게 갉아 먹힌 운명이 추락보다 더 아름다웠으리 배웅받지 못하는 이별 허공을 배회하다 사라지는 슬픔 낙엽 수북히 쌓인 공원에는 무상(無常)의 그림자만 물결친다. 2023.11.7

나의 창작시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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