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9월

신사/박인걸 2023. 9. 2. 08:44
  • 9월
  •  
  • 9월 달력에는
  • 코스모스꽃이 일렁인다.
  • 병든 나뭇잎과 풀잎에서
  • 이별의 신호를 읽는다.
  •  
  • 온종일 울어대던 매미와
  • 여름풀벌레는 이미 떠났고
  • 작열하던 한낮 햇살도
  • 어미 잃은 새처럼 한풀 꺾였다.
  •  
  • 뒤뜰에 피어난 분꽃도
  • 서글픈 웃음 빛이 역력하고
  • 떨어져 뒹구는 능소화가
  • 여름 이별을 고한다.
  •  
  • 새끼줄타고 오르던 나팔꽃
  • 이제는 지쳐서 잠들고
  • 콩깍지 모양의 자귀열매가
  • 분홍 꽃 수술을 그리워한다.
  •  
  •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었고
  • 내려 놓는 일만 남았다.
  • 떠나야 할 시간의 호출 앞에
  •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 2023,9,2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0) 2023.11.06
가을 탄식  (1) 2023.10.21
간이역  (0) 2023.08.25
광얏길  (0) 2023.08.18
흐린 날  (0) 2023.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