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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
시인/박인걸
이팝나무 꽃잎이 눈처럼 쌓였다.
어떤 사람이 꽃잎을 보며 쌀밥 같다고 한다.
그 시절 명절에야 겨우 이밥 먹던 기억에
내 가슴이 먹먹하며 감정이 굴절된다.
장마 비처럼 쏟아진 가난에
굶은 아이들 얼굴마다 찔레꽃 버짐이 번지던
유독 눈이 퀭한 소녀 얼굴이 떠오른다.
배고픔에 지친 소년이 먼지 뽀얀 신작로를
휘청거리며 걸을 때면
길가에 핀 노란 꽃들이 과자로 다가왔다.
찔레 순 꺾어 먹으며 친하게 어울리던 애들은
쌀밥을 실컷 먹으며 지금은 뭘 생각할까.
저토록 고운 꽃송이를 보며 아직도 나는
어두운 과거를 꽃잎처럼 털어버리지 못할까.
영혼에 달라붙은 뼈아픈 기억은
눈에 박힌 아름다운 추억을 추월하나보다.
조금 전에 뛰어나온 아침 햇살이
새하얀 꽃송이에 황금 가루를 뿌린다.
순간 꽃잎은 수만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고
삽시간에 도시공원은 천상의 정원이 된다.
공원길 걷는 내 어깨에 꽃잎이 내린다.
쌀밥 지천인 세상이 행복하다.
20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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