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오느 날 오후

신사/박인걸 2020. 5.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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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바람기 없는 초여름의 오후

아카시아 향기가 안방까지 밀려든다.

반쯤 흐린 하늘은 햇살도 반쯤이고

바람은 생각나면 가끔 나뭇잎을 흔든다.

음성 좋은 MC가 진행하는

익숙한 클라식 곡이 전파를 탄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장엄하다가 고요하다가

바이올린, 첼로의 앙상블이 감미롭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낭만주의 작곡가 브람스의 서곡...

하나같이 오늘 분위기에 어울린다.

저 곡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고뇌가 컸을까.

몇 밤을 잠 못 이루며 악보를 그렸을까.

오선지는 몇 장을 찢었을까.

마누라 등쌀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 곡을 듣는 나는 행복한데 그들은 행복했을까.

아마도 나처럼 저들도 고뇌했을 거다.

오래 전에 그들은 먼 곳으로 떠나갔어도

두고 떠난 곡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다.

진액을 짜내서 피운 꽃의 향기와

번뇌의 즙을 짜서 만든 예술의 맛은

송이 꿀 만큼이나 달콤하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막, 가슴을 울린다.

20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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