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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天池)
그 옛날 화염이 못을 팠다.
신비에 이르는 길을 산이 가로막고
검은 안개는 햇빛까지 가두어버렸다.
영봉(靈峯)에 이르는 발길은 거칠었지만
내뿜는 야생화 향기를 따라
비포장 길 돌고 또 돌아 천지로 갔다.
승천 못한 하늘이 벽속에 갇힌 채
억겁 세월 겹겹이 쌓인 눈물이
절벽을 뛰어내려 압록과 두만이 된다.
바람은 구름을 연실 몰아내고
절벽은 파수꾼이 되어 못을 지킨다.
접근이 불허된 천지(天池)는
신령만큼 거룩하고 천상처럼 오묘하다.
바라만 볼 뿐 밟을 수 없어
숭상할 만큼 경외감만 서린다.
조금 전 바람이 호수에 빠졌더니
뭉게구름이 뛰어내렸다.
구름이 탈출하자마다 호수에 태양이 빛난다.
순간순간 바뀌는 거대한 화면은
특별한 세상을 생중계하고 있다.
북에서 건너온 새 몇 마리 내 곁을 지나며
저쪽이 이쪽 보다 더 멋지다고 한다.
20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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