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천지(天池)

신사/박인걸 2020. 5. 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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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天池)

 

그 옛날 화염이 못을 팠다.

신비에 이르는 길을 산이 가로막고

검은 안개는 햇빛까지 가두어버렸다.

영봉(靈峯)에 이르는 발길은 거칠었지만

내뿜는 야생화 향기를 따라

비포장 길 돌고 또 돌아 천지로 갔다.

승천 못한 하늘이 벽속에 갇힌 채

억겁 세월 겹겹이 쌓인 눈물이

절벽을 뛰어내려 압록과 두만이 된다.

바람은 구름을 연실 몰아내고

절벽은 파수꾼이 되어 못을 지킨다.

접근이 불허된 천지(天池)는

신령만큼 거룩하고 천상처럼 오묘하다.

바라만 볼 뿐 밟을 수 없어

숭상할 만큼 경외감만 서린다.

조금 전 바람이 호수에 빠졌더니

뭉게구름이 뛰어내렸다.

구름이 탈출하자마다 호수에 태양이 빛난다.

순간순간 바뀌는 거대한 화면은

특별한 세상을 생중계하고 있다.

북에서 건너온 새 몇 마리 내 곁을 지나며

저쪽이 이쪽 보다 더 멋지다고 한다.

20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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