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강물

신사/박인걸 2021. 11. 30. 04:34

강물

 

빛바랜 단풍잎이

아무 목적도 없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수원과 목적지는 거기서 저긴 줄 알지만

강물도 강물에 실려 떠내려간다.

내 안에도 한 개의 큰 강이 흐르고

나는 그 강에 실려 떠내려간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시계바늘처럼 흘러간다.

처음 나는 작은 냇물을 따라가며

버들잎과 종이배를 띄웠고

장마비가 쏟아지던 그 어느 날

나룻배에 몸을 싣고 여기까지 왔다.

밤에는 별을 노래하였고

낮에는 구름과 태양을 찬미하였다.

무수한 두려움들이 머리위로 지나갔고

절벽을 뛰어내릴 때는 눈을 감았다.

도시 불빛이 찬란히 빛나는 언덕에서

밤새들의 노래를 가슴으로 들었다.

나는 한 번도 강물을 거스르지 않았고

내 몸을 강물에 맡겼다.

낯선 이 땅이 어디쯤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강물에 실려 떠내려갈 뿐이다.

2021.11.30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겨울  (0) 2021.12.03
그곳  (0) 2021.12.02
동목(冬木)  (0) 2021.11.29
가정법(假定法)  (0) 2021.11.28
노목고엽(老木枯葉)  (0)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