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연말의 기도

신사/박인걸 2021. 12. 11. 12:34
  • 연말의 기도
  •  
  • 나유타의 궤적은 불가사이지만
  • 나의 시간은 내게 할당된 분복(分福)입니다.
  • 입춘과 대한의 궤적을 따라 돌며
  • 동지(冬至)를 밟고 처음 자리로 옮깁니다.
  • 그러나 바이러스에 쫓기는 두려운 거리에서
  • 일상의 반란을 꿈꿀 여유조차 없는 한해였습니다.
  •  
  • 어쩌면 도살장으로 팔려간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 목장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한우나
  • 발가벗긴 채 포장될 양계장의 닭들이
  • 내일을 모르기에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 예측과 경험을 산출해내는 인간의 능력이
  • 집단공포의 포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  
  • 백신을 사정없이 주사하고
  • 촘촘히 엮은 마스크로 호흡기를 틀어 막아도
  • 숨 막히는 불안과 근심은
  • 먹이를 찾지 못한 겨울새보다 더합니다.
  •  
  • 주여!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 앰뷸런스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지 않고
  • 확진자 통계가 송달되지 않는
  • 사람이 두렵지 않은 땅에서 살고 싶습니다.
  • 새 소리에 아침창문을 열고
  • 별빛이 저녁 처마에 매달리는
  • 사슴의 눈빛으로 하늘을 보는 거기서 살고싶습니다.
  •  
  • 기술문명이 가져온 재앙인지
  • 자연을 오용한 보복인지
  • 인간의 죄악에 대한 신의 징계인지 모르오나
  • 까닭이나 명목은 불문에 부치시고
  • 쫓겨 다니지 않는 일상을 주옵소서.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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