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날의 기억

신사/박인걸 2023. 3. 29. 17:17
  • 봄날의 기억
  •  
  • 돌나물이 돌담 사이에서 돋는 봄날
  • 어머니가 감자눈을 자르면
  • 아버지는 삼태기에 담아
  • 사래긴 밭에 정성스레 묻었다.
  • 봄 서리 맞으며 올라오는 감자 싹을
  • 굼벵이가 싹둑 잘라 버렸다.
  • 허망한 눈빛의 아버지가
  • 차마 굼벵이를 죽이지 못하고
  • 멀리서 놀고 있는 수탉을 부르면
  • 쏜살같이 달려 한 입에 삼켰다.
  • 아직 어렸던 나는
  • 꼬물대는 굼벵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 초여름이 오면
  • 산비둘기 먼 산에서 구슬피 울고
  • 몸빼 바지입은 어머니는
  • 뭉툭한 호미로 감자밭을 맸다.
  • 저녁해가 산마루에 걸리 때면
  • 간신히 허리를 편 어머니는
  • 아픈 허리를 두둘기며 부엌으로 향했다.
  • 지금 생각해도 울 어머니는 불쌍하다.
  • 202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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