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숲 이곳에는 처음부터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고초와 도태되지 않으려는 신경전이 칼날만큼 날카롭다 속세에 존재 않는 평온함이 고압전류같이 흐르는듯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총성 없는 교전이 치열하다. 손발 잘린 전상병들이 도처에 너부러졌어도 물 한모금의 긍휼도 없어 애타게.. 나의 창작시 2017.07.26
나 돌아가리라 나 돌아가리라. 내 마음은 고향에 있네.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불타던 앞산과 겨울이면 지치도록 눈썰매 타던 비탈 밭이 있는 눈 감아도 보이는 그 동네에 있네. 맑게 흐르는 냇가에 지천으로 핀 야생화가 산들 바람에 향기를 토해내어 한 소년의 영혼을 짙게 꽃물들이던 그 마을에 나는 .. 나의 창작시 2017.07.24
한 여름 풍경 한 여름 풍경 어제 밤 내린 비에 나무들마다 샤워를 하고 싱그럽게 춤을 춘다. 한 여름엔 나도 한 그루 소나무가 되어 짙은 향기를 내 뿜는다. 숲속을 헤젓는 산새들의 고운 음색도 싫지 않은 앙상블이다. 보랏빛 꽃을 피운 칡넝쿨과 하늘로 솟아오르는 산 나무들의 경쟁도 치열하고 건너.. 나의 창작시 2017.07.22
비 갠 아침 비 갠 아침 천둥과 번개가 밤새도록 울 때 어떤 두려움이 횡격막을 찌르고 도리에 벗어난 길이라도 갔는지 두 번 세 번 뒤돌아보았다. 회색빛 구름을 바람이 젖히자 푸른 호수가 허공에 떠 있고 가로수가 스스로 몸을 털 때 감정의 부스러기들은 비늘처럼 떨어져 나간다. 더욱 맑아진 마.. 나의 창작시 2017.07.22
잘린 소나무 잘린 소나무 누군가에 의해 잘린 큰 나무밑동에서 연민을 느낀다. 잔인한 톱날에 거대한 몸집의 소나무가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비틀거리다 쓰러졌으리. 나무인들 줄거리 없는 삶이 있으랴 한 알의 솔 씨가 여기 심겨져 하루아침에 거목이 되었으랴 가뭄이 극심하던 해와 낙뢰가 숲을 울.. 나의 창작시 2017.07.15
선한 목자 선한 목자 한가하게 풀을 뜯는 저 순한 양떼를 보라 아무런 근심 없으니 목자가 지켜줌이라. 나무 그늘 아래 되새김질 하는 양을 보라 누구의 속박도 없으니 마음이 평안함이라. 벽계수에 발 담그고 목 축이는 양을 보라. 갈증을 느낄 일 없으니 목자가 인도함이라. 가파른 비탈을 오르는 .. 나의 창작시 2017.07.14
정행(征行) 정행(征行) 저문 강가 하염없이 비는 내리고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아는 이 없고나 부는 바람에 산은 흔들리고 스산한 이국 풍경에 두려움이 스친다. 먼 길을 왔구나. 참 멀리서 달려왔구나. 여기서 뒤돌아보니 온 길이 까마득하구나.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도 길은 먼데 몸은 지치어 고달프.. 나의 창작시 2017.07.08
목자들아 목자들아 목자들아 일어나라 먼동이 텄다. 양을 몰아 푸른 풀밭 찾아 나서라 긴긴 밤 허기지친 양떼들에게 이슬 맞은 푸른 꼴을 먹여주어라. 목자들아 막대기로 양을 몰아라. 어리석고 우둔한 양 바로 이끌어 사나운 맹수에게 잡히지 않게 평탄하고 안전하게 인도하여라. 목자들아 눈을 .. 나의 창작시 2017.07.02
목화 목화 무슨 말을 하리요. 하얗다 못해 숭고한 흠도 티도 없이 님의 발자국에 피어난 꽃 비온 뒤 성결하게 출렁이는 하얀 파도처럼 온 누리에 널리 퍼진 님의 부드러움이여 꽃 진자리마다 그 따스하고 포근한 님의 마음 한 자락씩 베어 몫몫이 별러 나눈 경지의 기예로도 못할 자존자만의 .. 나의 창작시 2017.06.29
고마움뿐 고마움뿐 내가 의식의 눈을 떴을 때 당신은 내 안에 서 있었죠. 무념 상태였든 인식 상태였든 나는 당신을 방어할 수 없었죠. 나의 주체적 행위가 당신의 자주적 독립성을 능가할 역량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당신의 일방적 침입 앞에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요. 나는 당신의 존재를 알.. 나의 창작시 201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