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첫 발자국을 찍을 때 환호가
초가집 문틈으로 새나간 후
지금껏 끈질기게 발자국을 찍는다.
설레던 때의 발자국보다
후회스런 발자국들이
화석처럼 기억 속에 박혀있다.
지우고 싶은 발자국이
누락된 세금처럼 튀어나올 때면
아버지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나부대던 때를 뉘우친다.
허황된 욕망을 버리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며 걸어간
배열이 맞지 않는 족적도
사나운 공용의 발자국처럼
가슴에 크게 남아 있다.
이제는 곧은 걸음으로
정족(正足)을 남기며 걷고 싶으나
수전(手顫)기 내린 다리가
발자국을 마구 흔들고 있다.
2018.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