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308

요원한 통일

요원한 통일 함흥에서 제주까지 한 하늘 아래끊긴 선 위로 아련한 그리움이 흐르고칠십 년 다른 길을 가는 두 형제의 발걸음이언제쯤 다시 만나게 될지우리의 소원이 헛된 기다림은 아닐는지, 총성이 멎은 그 날 이후에도우리의 땅은 여전히 상처받은 채로다리는 무너지고 철마는 멈추고우리는 그 틈을 넘어가물거리는 형제의 얼굴만 떠올렸다. 남과 북은 두 개의 이름으로한 몸이던 민족이 찢기고 나뉘어쌓아 올린 이념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통일은 요원하다는 사람들 말에도우리는 흔들리지 않으며 한마음을 품었다. 이산의 고통은 가슴을 저미게 하고못다 한 말들을 한으로 삭히면서오랜 세월의 아픔을 씻기엔너무도 멀리 와버린 지금그래도 한 가닥 통일의 꿈을 지울 수 없다. 도로를 폭파하고 철로를 파내고콘크리트 장벽을 더 높이 쌓아도우리..

나의 창작시 2024.10.15

가을 빛깔

가을 빛깔 황색 빛깔의 들판에는황혼이 노을처럼 다가와내 어깨에 조용히 내려앉는다.한 시절 푸르렀던 잎들은이제 빛바랜 채로 흔들리며스치는 바람결에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홍색 단풍은 눈부시게 타오르지만그늘에 깃든 잎에는 슬픈 작별이 고여있고붉게 피어난 순간조차곧 스러질 운명을 알기에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바람에 찢긴 잎에는쇠퇴한 곰팡이 색이 퍼져가고밤하늘엔 고요한 별들만이남겨진 흔적을 비추며시간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머잖아 모든 빛깔을 삼키리라. 인간의 늙음은 가을빛 같아서찬란한 기억 뒤에 남는 것은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릴 뿐그러나 그 소리마저 잦아들 때면우리는 다시금 깊은 침묵에 빠진다.2024,10,15

나의 창작시 2024.10.15

해바라기 연가

해바라기 연가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은 오직 당신 있는 곳만 향합니다.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그리움 때문에나는 당신을 향해 서 있습니다.그대를 바라보아야 힘이 솟고당신의 빛을 받아야 피어납니다.한순간도 잊지 못할 그대 얼굴온종일 그리움에 파묻혀밤이 와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습니다.달이 환하게 웃을 때면당신의 그림자를 찾아 헤매고별빛이 빛나는 밤이오면당신을 위한 나의 기도는 간절합니다.붉은 나비가 펄럭일 때면혹여 당신 소식을 싣고 왔을까.파란 새가 꽃가지에 앉을 때면당신 향기를 가져왔을까 설렙니다.나는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느라그 자리에 종일 머물렀고당신을 향한 애타는 노래를메아리에 실어 보냅니다.2024,10,14

나의 창작시 2024.10.14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깊고 깊은 밤 나무처럼 서 있는 여자뿌리 내리지 않은 삶을 거부하리라.육류향기 가득한 세상의 잔인함에서입술을 다물고 마음을 열며식물의 침묵에 숨겨진 자유를 찾는다.여자의 손끝이 닿는 순간피와 살이 점차 잎이 되어인간의 본능은 꽃이 되어 흩날리고날개 부러진 새처럼 허공을 맴돌다자유의 갈망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 채차갑게 쏘아보며 가두고 채찍질하며사회규범은 쇠사슬이 되어의지의 여자를 묶는다.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자는 싹을 틔운다.깊은 침묵 속에서도여자의 몸은 피어나려는 나무,잔잔히 흔들리며 피어나는 푸른 소리는자라나는 자유의 싹처럼무언의 갈망으로 울려 퍼진다. 결국, 여자는 사람이 아닌한 그루 큰 나무가 되었다.뿌리내린 자리에 고통과 억압은 사라지고그곳엔 오직 바람과 햇살그리..

나의 창작시 2024.10.12

아이가 온다

아이가 온다 거친 바람 속에 머문 아이의 손가늘고 여린 숨결이눈물과 함께 오는 평온을 위해비로소 문을 두드리며우리는 그를 기다린다. 새파란 하늘아래 피어난상처입은 꽃잎들사정없이 흔들리는 들판에서아이의 발걸음이 닿을 때고요하던 세상이 깨어난다. 우리가 묻어 두었던 어둠 속그 작은 빛에아이의 눈동자 담겨기나긴 밤을 건너새벽을 한껏 품는다. 기억의 잿더미 위에서오래도록 서성이는 발자국멈추었던 시간이아이가 남긴 첫 웃음과 함께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이가 오고 있고그가 남긴 것은마음속에 깊이 흐르는 강물다시 사라지지 않을희망의 속삭임이다.2024,10,11

나의 창작시 2024.10.11

가을 단풍의 마음

가을 단풍의 마음 가을의 기운이 뻗어나갈 때잎들은 오색으로 물들어간다.열정으로 살아온 빨강 잎행복하게 살아온 오렌지빛아무렇게나 살아온 떡잎아직도 덜 여문 초록빛 다양하다. 시련의 세월을 살아온 나뭇잎이가을 바람에도 춤을 춘다.지나간 날의 아픔을 모두 잊고맑은 하늘에 잎을 헹구며희망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각각의 순간은 영원의 조각웃음과 눈물의 어우러짐이다.가을 단풍의 황홀경, 그 자체가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무심한 듯 아름다운 이 풍경 속을서로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하리. 내 가슴에도 단풍 붉게 물들어그리움과 행복의 경계를 허문다.너와 나는 한 숲을 이루는 존재우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가을의 깊은 심연 속에서각기 살아온 사연을 들어주자.2024,10,9

나의 창작시 2024.10.09

쑥부쟁이의 마음

쑥부쟁이의 마음 가을바람에 풀잎이 흔들려도의연한 모습으로 나는 피어납니다.화려하거나 눈부시지 않지만꿈틀대는 숨결처럼 살아왔습니다.때론 발길에 밟히고 꺾여도아무 말 없이 묵묵히 견뎌냅니다.눈에 띄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것은내 곁에는 작은 들풀이 이웃입니다.고단한 삶의 무게를 짊어졌어도별빛과 아침이슬에 힘을 얻습니다.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이 땅을 붙잡고 나는 자라납니다.누군가의 눈에는 초라할지라도작은 꽃잎에 담긴 내 마음은 큽니다.흔들리며 피어나고 지는 것도서민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습니다.당당하게 살아온 자긍심이보랏빛 꽃송이에 가득담겨있습니다.2024,10,8

나의 창작시 2024.10.08

오물풍선

오물 풍선 북에서 보낸 오물 풍선이달빛 없는 하늘에 둥둥 떠가네.낡은 종이조각을 가득싣고음흉한 불씨를 물었으니그 날개 끝에는 어떤 악의가 있네.터질 듯 준비를 끝낸 발포띠타이머는 조용히 불꽃을 조준했네.쓰레기는 허공에 흩어져 내리고북녘의 악취가 남녘의 땅을 덮네. 수소를 가득채운 조잡한 풍선헬륨대신 값싼 위험을 택했네.바람따라 날아오는 작은 괴물은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의 목줄을 죄네.흩어지는 쓰레기 불타는 지붕우리 땅에 떨어지는 것은 재앙뿐이네오물 속에 숨어있는 생화학의 공포그 속에 죽음이 기다릴지 몰라 잠을 잃네. 정확도는 점점 높아지고 목적은 확실하네.오물 풍선이 더는 장난이 아니라전쟁의 전초이며 살륙의 실험이네. 우리는 지금 하늘을 바라볼 뿐아무말도 못하고 멈추기만 바랄 뿐이네.지금도 낙하물 안..

나의 창작시 2024.10.07

가을의 고독

가을의 고독 서늘한 바름이 뒤안길에 스치면낙엽은 기억뒤로 흩어져 사라지고그리움은 우수 어린 하늘에 묻혀덧없는 인생은 조용히 흘러갈 뿐이다.만추의 빛바랜 숲에는서글픈 고독이 물감처럼 번져가고끝내 채울 수 없는 빈자리에는허무가 잔잔히 아픔을 되뇐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길목에 서서기억은 가벼운 먼지처럼 흩어지고덧없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인생은 언제나 서글픈 고독이었다.바람이 일으킨 허무의 소리를 따라뒤돌아보니 남은 건 오직 빈 하늘가을의 한 가운데 서서생의 덧없음을 가슴으로 한탄한다.2024,10,5

나의 창작시 2024.10.05

허무의 물결

허무의 물결 한 시절 빛났던 생의 흔적을 뒤로하고나뭇잎 쓸쓸히 바람에 흩어진다.추풍이 스치는 길거리마다부서지며 조용히 잠드는 낙엽그곳엔 나의 발걸음이 무겁다.시간은 강물처럼 흘러만 가고그 속에 떠내려가는 인생가장 빛나던 순간마저해 아래서의 수고는 잠시뿐결국, 바람잡는 일로 사라지리라. 삶이란 하숙생의 발자국정처 없는 나그네 되어 떠돌며 이곳저곳에 잠시 머무는 방황그날에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스쳐 지나가는 이름이여! 물은 흐르고 꽃은 떨어지고시간은 덧없이 지나간다.이 세상에 머문 내 흔적들이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때허공에는 무거운 정적만 남으리.인생은 바다 위 한척의 작은 배끝없는 물결에 흔들리며지친 마음 안식처럼 찾아 헤매지만떠도는 내 마음 불안하기만 해그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구나.2024,10,3

나의 창작시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