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267

9월의 소고

9월의 소고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가을 냄새 깊이 풍겨오고풀잎에 내려앉는 차가운 이슬에여름 흔적이 하나둘 지워진다.나뭇잎 하나둘 탈색될 때선선한 공기 속에 길어진 그림자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 춤을 춘다.석양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일몰이 던진 어두움이 장막을 칠 때시간을 잃어버린 허전함에어떤 외로움이 내 마음에 자리한다.해마다 이맘때면 부딪치는나만의 깊은 인생론 앞에서무르익은 열매 아닌 껍데기 삶에자신을 잃은 죄의식에 괴롭다.그래도 아직은 시간은 남아 있고지지 않은 꽃잎이 손짓한다.9월의 햇살이 머리 위에 쏟아지니덜 여문 나를 양지에 세운다.2024,9,3

나의 창작시 2024.09.03

가슴의 송곳

가슴의 송곳 날카로운 송곳 하나내 가슴 깊숙이 숨겨져 있다.그 날카로움이 어찌나 무서운지스스로 소름이 돋는다.꽁꽁 숨겨놓은 탓에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자주 나는 내 송곳에 내가 찔린다.내 생각에 내가 찔리고내 말에 내가 찔리며내가 나를 찌른 상처는 남이 볼 수 없다. 때로는 송곳이 밖으로 튀어나와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찔러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가시돋친 말과 차가운 눈빛으로사정없이 타인을 찌를 때면내 가슴도 함께 아파 무너진다. 오늘도 뾰족한 송곳이내 아내의 오랜 자존심을 찔렀다.송곳에 찔려 눈물을 흘릴 때면나도 아파하며 후회한다.하지만 송곳을 버리자 못한 채아직도 가슴에 숨겨 놓은 까닭은방어기제의 유일한 수단이다. 불안은 내게 닦친 위험의 신호이고욕망을 조절하며 평정을 찾는 도구이다.나와 타인을..

나의 창작시 2024.09.01

백로(白露)

백로(白露) 찬 이슬 풀잎에 내려앉고나뭇잎 잔뜩 움츠렸다.여름은 뒷모습 보이며 사라지고가을의 첫 발걸음 내 앞에 다가온다.둥근 박이 달빛에 익어가던초동 때 추억이 각인되어온몸으로 느끼는 가을 정취에도 약간의 쓸쓸함을 느낀다.아침 안개 마을 안까지 찾아올 때바람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찾아온 가을은 아무 말 없이길가 코스모스 꽃잎에 앉아있다.시간은 조용히 흐르고백로(白露)는 열매를 재촉하지만나는 마치 길잃은 나그네처럼깊은 침묵 속에서 방향을 찾는다.알알이 여문 낱알처럼가을은 우리 마음에 스며들고끝없이 흐르는 시간의 여정 속에한 계절을 깊이 음유하며 관조한다.2024,8,31

나의 창작시 2024.08.31

가을 아침

가을 아침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네.나뭇잎 서걱이는 소리에잠들었던 의식이 기지개를 켜네.문득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며조용하게 열린 가을 앞에 멈추어 서네. 감성으로 느끼는 계절의 윤회 앞에잠시 느껴보는 마음의 평온함소리 없이 다가온 초가을 정서아무도 없는 숲길을 걷는 평화로운 잔잔함을 느끼네. 아직은 떨어진 낙엽은 없지만곧이어 나무들 금빛 낙엽이 되겠지,쓸쓸한 거리에 사람들 발걸음 소리도하나둘씩 사라져가고앙상한 나무들 그림자만 길어지겠지. 머리 위로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아침 해는 천천히 떠오르며주제가 바뀐 영화 스크린처럼그리운 기억들이 서늘한 바람에 실려 와가슴에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끌어내네. 가을의 첫 아침은 이렇게서정적이며 관조적이고 그러면서 음유적이네.자연의 손놀림은 기묘하기만 하고신의 시간표는..

나의 창작시 2024.08.29

경술국치(庚戌國恥)

경술국치(庚戌國恥) 1910년 8월 29일!먹구름이 드리운 팔도강산!역사의 그 날은 피로 물들었네.조선 백성의 눈물은 강을 이루고자유와 주권은 찍힌 도장 아래 사라졌네. 사라진 영토 위에 낯선 깃발 휘날리고백성의 한숨 소리 하늘에 사무쳤네.꽃송이처럼 꺾인 민족의 혼칠흑 같은 36년 시작되니잃어버린 태양은 언제나 다시 뜰까 산천초목은 파르르 떨고굽이치던 강물도 함께 울었네.찢어진 자존심의 상처는대대손손의 심장에 새겨지고아물지 않은 아픔은 여전히 곪고 있네.  백성의 아우성은 하늘을 찢어놓고빼앗긴 주권은 바람에 흩어지며겨레의 핏줄 속에 흐르는 분노는가슴마다 폭포 되어 쏟아지니잃어버린 자유를 언제나 되찾을까. 그날의 치욕과 설움을 기억하라.우리의 역사를 결코 잊지 말아라.바람 속에 의지는 다시 피어나고잿더미 ..

나의 창작시 2024.08.27

후회(後悔)

후회(後悔) 시간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줄줄새며 흩어졌네.내 젊은 날의 시간들이경솔한 발걸음 속에 묻혀갔네.머물지 않는 순간 앞에나는 무엇을 남겼던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현실을 부정하는 핑계일 뿐그 숫자는 삶의 무게를 더해언제나 나를 짓눌렀네.선택은 언제나 단순했지만돌아보니 그 갈림길이 수없이 많았네. 게으름의 유혹에 빠져수많은 날을 허비했고꿈은 저 앞에서 손짓했지만낭비한 세월은 붙잡을 수 없었네.시간의 파도는 냉정하게귀한 것을 모두 휩쓸어 갔네. 세월은 한폭의 그림이 되어내 얼굴에 수많은 주름을 새겨넣고한때는 청춘이었는데이제는 늙음의 그림자에 덮여인생은 스쳐 가는 바람처럼허무 앞에 할 말을 잃었네. 지금에야 뒤돌아보니후회란 늦은 깨달음의 이름일지니노인의 주름 진 눈 속에는지나간 삶의 조각..

나의 창작시 2024.08.26

화마에 사라진 별들(부천 호텔 참사를 보며)

화마에 사라진 별들                         (부천 호텔 참사를 보며)  느닷없이 덮쳐온 화마순식간에 번져나간 유독가스불꽃 속에 울려 퍼진 비명투숙객의 영혼은 바람처럼 흩어지고그날의 하늘은 눈물로 젖었네. 찢어진 가족의 가슴은불타버린 기억 속에 자녀를 찾아 헤매고 마주한 잿더미에 주저앉아통곡하며 흘리는 눈물은끝없는 슬픔의 강물 되어 흐르네. 온 나라가 아파하며 애도하고모두의 가슴이 먹먹하네.횡사한 영혼들의 삶의 무게를우리는 모두 함께 괴로운 맘으로차디찬 별들을 향해 손을 모으네. 비극이 남긴 상처는 너무 깊고사회의 허술함과 불감증에우리는 하나같이 분노하며 각성하네.재앙에 무너진 생명을 되돌릴 수 없으나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다짐하네. 불길 속에 떠난 넋들이여부디 하늘에서 별이 되소서.우..

나의 창작시 2024.08.25

겸손의 길

겸손의 길 하늘의 별이빛난다고 소리 내지 않듯교만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광채로겸손은 언제나 낮은 자리에서침묵으로 흐르네. 높이 자란 나무는큰바람에 꺾이지만밟히며 견디는 낮은 풀은흔들릴지언 즉 푹풍이 불어와도 이겨내네. 자신을 높이는 자는빈 깡통처럼 소리만 나고자신을 낮추는 자는사람들의 칭찬과 함께존경심과 동료애를 얻네. 겸손은 굽히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깊이 서는 일이며자기를 비움으로써 채워지고한없이 낮아짐으로써높아지는 역설이네. 산은 제아무리 높아도하늘을 넘보지 않고,강은 깊어도바다를 향해 흐르듯이사람은 스스로 낮은 곳에 서야하네.2024,8,25

나의 창작시 2024.08.25

가는 여름

가는 여름 푸르렀던 청춘의 열기는이제 저 멀리 아련해지고불타오르던 젊은 날의 꿈은서늘한 가을바람에 흩어지네. 두 손으로 움켜잡았던 희망들은시간 속으로 사라지고남은 건 이마의 깊은 주름과가물거리는 추억뿐이네. 청춘이란 이름의 계절이오래 머물지 않을 줄 알았지만가을빛으로 물드는 나뭇잎이내 마음을 먼 길로 재촉하네. 가는 여름을 붙잡는다 해도낙엽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우고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때덧없음 속에서도 더욱 소중하네. 삶도 세월도 흘러가는 강물누군들 감히 멈추게 하랴가는 여름 묵묵히 바라보며오는 가을을 고요히 맞이하리.2024,8,23

나의 창작시 2024.08.23

머리카락

머리카락 고희를 넘은 나이에 이른 이마 위세월이 긋고 간 주름살 사이로나뭇잎처럼 떨어지는 은빛 머리카락나를 키운 시간의 흔적이다.내 몸의 샘과 숲은 기근이 들고바람이 지나갈 때마다사라지는 머리숱을 어루만지며늙는 일이 두렵게 다가온다. 거울 앞에 선 늙은 사람빗질하지 않아도 빠지는 머리카락남아 있는 건 머리카락이 아닌 엷은 털허공에 스치는 지난날 그림자 가엽다.한때는 든든했던 모공마저이제는 발치(拔齒)처럼 흔들린다.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위력 앞에삶이란 그렇게 스러지는 것이다.하지만 얼굴에 새겨진 주름엔문신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무늬가 있다.비록 검은 숲이 사라진대도그 속에는 한평생의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2024,8,23

나의 창작시 202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