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와 집 여인 청기와 집 여인 높은 울타리에 갇혀 우배(友輩)없이 살아온 유년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도 막혀 적막강산의 유배지였으리 양친의 흉사(凶事)에 심장 깊숙이 생긴 상처들 결연한 의지로 꿋꿋했으나 세월의 낙엽에 묻혀버린 트라우마 밤하늘의 외로운 별 망망대해의 고독한 섬 죽음보다.. 나의 창작시 2016.11.07
가을 儀訓 가을 儀訓 낙엽이 지는 소리와 풀잎이 숨을 거두는 신음이 고통과 슬픔이 아닌 영면하는 성인의 기도소리로 들립니다. 산다는 것은 축복이며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은총임을 고운 빛깔로 삶을 정리하는 잎사귀들에서 배웁니다. 연두 빛 봄의 노래와 짙푸르던 여름의 희망과 흐무러지는 .. 나의 창작시 2016.11.05
어느 가을에 어느 가을에 맑고 드높은 하늘 아래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과 산 사이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지줄 대는 물소리에서 당신의 음성을 들으며 매일 아침을 열고 싶다. 못 가에 꽃을 심고 꽃 속에서 당신 얼굴을 보며 그윽한 향취에서 당신을 느끼고 싶다. 가을바람에 실.. 나의 창작시 2016.11.04
내가 살던 집 내가 살 던 집 겨울이 뒷산에서 가장 먼저 내려오는 집 신작로에서 멀리 언덕위로 보이고 겨울 굴뚝으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를 때면 추운 참새들이 굴뚝 곁에서 몸을 녹이는 집 울타리로 심은 개 자두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고 아침마다 춥다고 소릴 질러도 마루 밑에서 잠잔 바둑이.. 나의 창작시 2016.11.02
고향 고향 기러기 날아 강 건널 적에 내 고향 산촌 가을 그리우니라. 강둑 갈대들 바람에 스러질 때 옥수수대 베던 아버지 낫 소리 들리고 도시 하늘 저녁 달 포근히 비출 때면 환히 웃던 어머니 보고프느라. 강 건너 불빛 찬란한 아파트 숲에 내 집 한 칸 없어 마냥 서럽지만 나 돌아갈 고향 강 .. 나의 창작시 2016.11.01
그 해 가을 그 해 가을 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한 앞산 단풍에 홀리던 내 생애 두어 번 시월 산에 갇히고 싶던 지워지지 않는 추억 볏단도 엎드려 황홀함에 경배하며 그토록 경이롭던 산아 혹여 한 번 더 그 모습 보고프나 그리움일 뿐 가는 비 추적이는 늦가을 창가에 소년 적 얼굴이 비췬다. 2016.10.31 나의 창작시 2016.10.31
시월의 기도 시월의 기도 늦은 시월의 해질 녘 곱게 물든 낙엽들이 하나 둘 지듯 소리 없이 내려앉게 하소서 농염한 색채와 따뜻한 정감이 담긴 곱게 익은 사과처럼 여문 영혼으로 낙과하게 하소서 오기며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나그네이니 이 세상 주인이 될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하소서 바람.. 나의 창작시 2016.10.29
외로움 외로움 군중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고 충만함에도 허전한 마음은 가을을 타서가 아니다 통할 마음이 없어서다 앞서려는 겨룸이 중추신경을 건드려 마음끼리 오롯한 정이 메말라서다. 홀로 된 외로움은 섬보다 고독하고 죽음만큼 무서운 것은 쓸쓸하고 적적함이다. 떠나보내는 아픔보다 .. 나의 창작시 2016.10.28
아침 안개 아침 안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종적을 알 수 없는 존재여 밤새 목적도 없이 배회하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허무던가. 가로막으나 벽이 되지 못하고 길을 지우나 쉽게 길을 터주며 모질지 못해 자신을 허물고 뭉치지 못해 세력에 실패하고 꿰매지 않은 보자기를 펼쳐 세상을 단.. 나의 창작시 2016.10.27
기분묘사 기분묘사 하늘이 맑아도 마음은 잔뜩 흐려 있고 오색단풍이 물들어도 하나도 곱지 않다. 노랫소리에 짜증이 나고 사람들이 웃어도 울화가 치밀고 절친(切親)도 반갑잖다. 누군가 던진 돌이 아픈 상처를 건드려 대상포진 같은 고통이 뼛속까지 자극한다. 거듭 진화된 감정도 모래 탑처럼 .. 나의 창작시 201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