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서정 가을 서정 마을 앞 산등성위로 단풍이 얼룩질 때면 서늘한 바람은 처마 밑에 서성인다. 고개 숙인 벼이삭 참새 떼가 조잘대고 길 잃은 백로 한 마리 논둑에 가엽다. 앞강 여울물소리 힘겨운지 구슬프나 강둑길 은빛 갈대꽃은 바람결에 살갑다. 붉은 함석지붕 늙은 박이 뒹굴고 피어오르는.. 나의 창작시 2016.09.10
구월 아침 구월 아침 이슬 맞은 구절초가 풀숲에 수줍다. 아홉 번 꺾여도 다시 일어서는 꽃 모진 세월 버티며 눈물로 얼룩져도 꽃잎처럼 순결하게 私慾없이 산 그대 거친 들길에 끈덕진 저 생명 스스로 살아가는 영원한 자유자 번뇌를 끊고 이치를 깊이 깨달은 듯 얽매임에서 벗어난 들꽃이 구월을 .. 나의 창작시 2016.09.02
외로움 외로움 종일 떠돌던 길고양이가 홀로 웅크리고 앉아 외로움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짝 없이 떠돌던 새도 낡은 깃털을 털어내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린다. 저녁노을이 짙을 무렵 파도처럼 밀려오는 쓸쓸함이 가슴 한 구석에 강하게 파고든다. 아직 의지할 데가 없지 않은데 많은 이웃과 섞여.. 나의 창작시 2016.08.27
8월 태양 8월 태양 사막을 옮겨 놓은 듯 존재하는 것들은 목이 마르다. 태양을 향해 웃던 꽃들과 춤추던 나뭇가지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겁을 먹고 떨고 있다. 새들은 어디론가 숨었고 풀벌레마저 노래를 멈추고 매미는 경고 사이렌을 울린다. 휘젓고 다니던 바람도 오던 길로 되돌아섰고.. 나의 창작시 2016.08.20
광복절 광복절 하늘은 검고 태양은 빛을 잃었다. 별들은 돌이 되고 바다는 흉용했다. 긴긴 삼십 육년 가슴엔 응어리가 명치끝엔 한이 울분은 마그마였다. 주권을 잃느니 죽음을 달라 조국을 잃느니 자결 하리라 끌려간 징용은 불귀객 되고 아들 딸 기다리다 눈이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 나의 창작시 2016.08.12
질맷재 질맷재 자작나무 우두커니 서서 말없이 길손을 지켜보고 우거진 솔밭사이엔 언제나 깊은 무서움이 서려있었다. 개 짓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갯마루에는 머리칼이 쭈뼛 서고 안개가 길을 가로막을 때면 두려움이 등골로 내려앉았다. 헉헉 이며 이 재를 넘을 때면 잔등에 땀이 고이지만 .. 나의 창작시 2016.08.12
8월 8월 온종일 햇볕의 작열(灼熱)에 지상은 속수무책이다. 태양의 이글거림은 분노를 넘어 폭발이다. 그늘도 화덕이고 회전날개 바람도 지쳤다. 실내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이 그나마 위로를 준다. 그럼에도 초록 숲과 넓은 들판은 행복에 겹다. 쏟아지는 열기에 몸을 흔들며 품은 씨방을 살찌.. 나의 창작시 2016.08.06
8월 8월 온종일 햇볕의 작열(灼熱)에 지상은 속수무책이다. 태양의 이글거림은 분노를 넘어 폭발이다. 그늘도 화덕이고 회전날개 바람도 지쳤다. 실내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이 그나마 위로를 준다. 그럼에도 초록 숲과 넓은 들판은 행복에 겹다. 쏟아지는 열기에 몸을 흔들며 품은 씨방을 살찌.. 카테고리 없음 2016.08.06
평온 평온 일상의 지루함을 떠나 심산계곡에 발을 담그니 구부정한 거목이 잎을 흔들어 반긴다. 바람은 낮잠에 누웠고 냇물은 조촐하고 먼 하늘 구름은 한가롭고 물새만이 가끔 깃을 턴다. 매일 몹시 부대끼어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고운 음악도 뇌척수를 건드려 손발이 저리더니 여기에 이르.. 나의 창작시 2016.07.29
능소화 지던 날 능소화 지던 날 어느 소녀의 복숭아 빛 볼 보다 더 불그스레해 물가에 선 수선화마저 질투를 느낄 고고하고 그윽하던 꽃이 한 여름 폭염이 쏟아지던 날 한 송이 두 송이 맥없이 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드레스 걸친 새 신부 같아 지날 때 마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해 몇 번이고 되돌아보았더.. 나의 창작시 201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