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征行) 정행(征行) 저문 강가 하염없이 비는 내리고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아는 이 없고나 부는 바람에 산은 흔들리고 스산한 이국 풍경에 두려움이 스친다. 먼 길을 왔구나. 참 멀리서 달려왔구나. 여기서 뒤돌아보니 온 길이 까마득하구나.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도 길은 먼데 몸은 지치어 고달프.. 나의 창작시 2017.07.08
목자들아 목자들아 목자들아 일어나라 먼동이 텄다. 양을 몰아 푸른 풀밭 찾아 나서라 긴긴 밤 허기지친 양떼들에게 이슬 맞은 푸른 꼴을 먹여주어라. 목자들아 막대기로 양을 몰아라. 어리석고 우둔한 양 바로 이끌어 사나운 맹수에게 잡히지 않게 평탄하고 안전하게 인도하여라. 목자들아 눈을 .. 나의 창작시 2017.07.02
목화 목화 무슨 말을 하리요. 하얗다 못해 숭고한 흠도 티도 없이 님의 발자국에 피어난 꽃 비온 뒤 성결하게 출렁이는 하얀 파도처럼 온 누리에 널리 퍼진 님의 부드러움이여 꽃 진자리마다 그 따스하고 포근한 님의 마음 한 자락씩 베어 몫몫이 별러 나눈 경지의 기예로도 못할 자존자만의 .. 나의 창작시 2017.06.29
고마움뿐 고마움뿐 내가 의식의 눈을 떴을 때 당신은 내 안에 서 있었죠. 무념 상태였든 인식 상태였든 나는 당신을 방어할 수 없었죠. 나의 주체적 행위가 당신의 자주적 독립성을 능가할 역량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당신의 일방적 침입 앞에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요. 나는 당신의 존재를 알.. 나의 창작시 2017.06.29
감나무 감나무 도시 울타리 아래서 자란 작은 감나무 한 그루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높은 담을 뛰어넘었다. 흙이라곤 없는 시멘트 냄새만 자욱한 옹색한 한 뼘 땅에서 뻗어가는 생명력이 경이롭다. 어느 날 미화원이 날카로운 톱을 들이대고 인정사정도 없이 벨지라도 하나도 두렵지 않다. 산다.. 나의 창작시 2017.06.23
무정한 고향 무정한 고향 쉬땅나무 꽃이 솜처럼 포근한 개울가 길을 따라 걷노라면 빛바랜 영화화면 같은 추억이 쉴 새 없이 머릿속에서 어른거린다. 봇도랑 머리에 줄지어 서서 노란 그리움을 토해내던 달맞이꽃과 수줍은 소녀의 웃음 같은 자주 빛 야생화가 그토록 반가워하던 길 싱겁게 자란 옥수.. 나의 창작시 2017.06.17
(축시)열정 (축시)열정 성만교회 임직에 붙여 시인/박인걸 목사 가버나움 가시밭길을 헤집고 걸어가는 맑은 눈빛의 저 사내가 그대 눈에 보이는가. 디베랴 바닷가에서 목에 굵은 핏줄을 세우고 회개를 외치는 젊은이의 천둥 같은 소리가 들리는가. 땀에 찌든 옷자락에 다가와 손을 덴 병든 여인을 깊.. 나의 창작시 2017.06.16
(축시)‘주가 쓰시겠다.’ 하라 (축시)‘주가 쓰시겠다.’ 하라 수주중앙교회 임직에 붙여 시인/박인걸 새끼 딸린 암나귀를 주가 쓰시겠다 하였더니 맘 착한 짐승 주인은 거절 않고 보내었네. 나는 내 교회를 위해 네가 반드시 필요하여 많은 사람들 중에 불렀으니 베드로처럼 따라오라. 나를 위해 가는 길은 고난이나 영.. 나의 창작시 2017.06.16
사랑의 병 사랑의 병 태아로 잉태의 시간부터 영혼 깊숙이 보균된 정체는 그대를 의식하던 날에서야 사랑 병이 었음을 깨닫는다. 가까이 있으면 행복하고 멀리 있으면 그리움으로 혼자 있는 날이면 미칠 것 같은 보고픔의 증세는 늘 심하다. 사랑하는 길 밖에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어떤 질병보다 .. 나의 창작시 2017.06.16
당신의 정체 당신의 정체 나에게 당신은 찬란한 아침햇살이다가 정오의 빛으로 다가왔다가 석양하늘의 고운 노을이 됩니다. 당신은 어느 날 고갯길을 함께 걷는 보름달이다가 밭둑길을 따라오는 반달이다가 새벽 창문에서 지켜보는 하현달입니다. 당신은 때때로 가슴 벅차게 피는 장미꽃이다가 밤이.. 나의 창작시 2017.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