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혼잣말

신사/박인걸 2022. 9. 21. 22:23
  • 혼잣말
  •  
  • 지나간 시간들은
  •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내가 놓친 것이다.
  • 내게 실망한 시간들은 내 곁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 시간에 대한 철학이 없던 나는
  • 시간을 함부로 밟으며 길을 걸었다.
  • 시간을 강물에 흘려보내거나
  • 바람결에 실어보냈다.
  • 내가 버린 시간들을 누군가는 주워
  • 황금보다 더 귀한 보물 취급을 하거나
  • 은행통장에 감춰두었을 것이다.
  • 내게 할당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에
  • 나의 시간은 빗물처럼 새나갔고
  • 주머니를 열고 시간을 열람했을 때
  • 시간은 바닥밑창에 깔려있을 뿐이다.
  • 그러나 나는 여기서 후회하지 않는다.
  • 다만 아쉬워 할 뿐이다.
  •  
  • 지금도 시간은 야속하게 스쳐간다.
  • 한뼘도 안되는 나의 시간만
  • 늙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를 노려본다.
  • 그럴지라도 나는 주눅들지 않는다.
  • 시간 앞에서 부끄러운 일은 결코 없었고
  • 구름이 시간을 가로막을 때면
  • 차라리 혼자 한없이 슬퍼할 뿐이다.
  • 오늘도 시간은 나의 정수리에 앉아
  • 내 머리털을 하루 몇 개씩 뽑아내고 있다.
  • 역시 시간은 한없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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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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