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마고우에게
- 한마을에 살던 내 친구야
- 시간은 발에 바퀴를 달고 페달을 밟으며
-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우릴 데려왔다.
- 영화화면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바뀔때면
-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 미처 방향을 잡기도 전에
- 시간은 또 다른 창을 열고 강제로 들이밀 때
- 나는 저항할 의지를 상실했다.
- 너는 지금 어디서 어디를 바라보며
-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지 궁금하다.
- 세상이 소용돌이치며 격랑이 일 때
- 흔들리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 너와 진종일 함께 걷던
- 그 길에서의 아름다운 추억 때문이었다.
- 뾰족하게 일어선 능선과
- 비단처럼 흘러내리는 냇물과
- 지천으로 피어난 꽃길에서
- 봄과 여름과 가을까지 우리는 노래했고
- 눈바람이 산기슭으로 치달을 때
- 뜨거운 심장을 두 손에 꺼내들고
- 가파른 잿길을 단숨에 넘지 않았니.
-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 아주 낯선 길을 걸으며 고단하지만
- 그당시 밟았던 흙냄새는 여전히
- 나의 겨드랑이 아래서 내 코를 자극하고
- 때묻지 않았던 너의 눈망울이
- 눈감으면 나의 눈앞에서 웃고 있다.
- 올해도 계절의 시계는 추분을 밟고 섰다.
- 그러나 아직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 삶에 대한 의지가 열목어처럼 뛰어 오르며
- 내년 봄에 필 진달래꽃을 떠올린다.
- 2022.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