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
- 찢어진 나뭇잎 사이로
- 가을 바람이 술술 새고 있다.
- 이미 떨어진 나뭇잎은 초라하고
- 가지에 붙어 있는 나뭇잎도 많이 늙었다.
- 애잔하게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 태풍에 엉클어진 숲에 메아리치고
- 알아들을 수 없는 아우성은
- 세상을 떠난 트롯가수의 원혼일까.
- 대낮인데도 저렇게 울어대니
- 밤이오면 얼마나 슬퍼할까.
- 어쩌면 내가 울어야 할 울음을
- 풀벌레는 대신 울고 있는지 모른다.
- 문득 차오르는 불안함은 나이탓은 아닐거다
- 나의 추측이 빗나가지 않은 경험과
- 숲길을 걸어오며 할퀴운 숱한 상처가
- 가을하늘에 매달린 노을에 뒤섞일때면
- 홀로 산길을 걷던 어릴적 두려움이
- 내 심장에 고인 믿음을 빼앗아 달아난다.
- 까맣게 멍든 가슴의 설움을
- 한 번도 싸매주는 이 없어 서러운데
- 이렇게 아침부터 풀벌레 울면
- 가을을 맞이할 준비되지 않은 가슴 위로
-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 2022. 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