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풀벌레 소리

신사/박인걸 2022. 9. 20. 21:41

        풀벌레 소리

  • 찢어진 나뭇잎 사이로
  • 가을 바람이 술술 새고 있다.
  • 이미 떨어진 나뭇잎은 초라하고
  • 가지에 붙어 있는 나뭇잎도 많이 늙었다.
  • 애잔하게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 태풍에 엉클어진 숲에 메아리치고
  • 알아들을 수 없는 아우성은
  • 세상을 떠난 트롯가수의 원혼일까.
  • 대낮인데도 저렇게 울어대니
  • 밤이오면 얼마나 슬퍼할까.
  • 어쩌면 내가 울어야 할 울음을
  • 풀벌레는 대신 울고 있는지 모른다.
  • 문득 차오르는 불안함은 나이탓은 아닐거다
  • 나의 추측이 빗나가지 않은 경험과
  • 숲길을 걸어오며 할퀴운 숱한 상처가
  • 가을하늘에 매달린 노을에 뒤섞일때면
  • 홀로 산길을 걷던 어릴적 두려움이
  • 내 심장에 고인 믿음을 빼앗아 달아난다.
  • 까맣게 멍든 가슴의 설움을
  • 한 번도 싸매주는 이 없어 서러운데
  • 이렇게 아침부터 풀벌레 울면
  • 가을을 맞이할 준비되지 않은 가슴 위로
  •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  
  • 2022.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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