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죽마고우에게

신사/박인걸 2022. 9. 22. 22:38
  • 죽마고우에게
  •  
  • 한마을에 살던 내 친구야
  • 시간은 발에 바퀴를 달고 페달을 밟으며
  •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우릴 데려왔다.
  • 영화화면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바뀔때면
  •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 미처 방향을 잡기도 전에
  • 시간은 또 다른 창을 열고 강제로 들이밀 때
  • 나는 저항할 의지를 상실했다.
  •  
  • 너는 지금 어디서 어디를 바라보며
  •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지 궁금하다.
  • 세상이 소용돌이치며 격랑이 일 때
  • 흔들리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 너와 진종일 함께 걷던
  • 그 길에서의 아름다운 추억 때문이었다.
  •  
  • 뾰족하게 일어선 능선과
  • 비단처럼 흘러내리는 냇물과
  • 지천으로 피어난 꽃길에서
  • 봄과 여름과 가을까지 우리는 노래했고
  • 눈바람이 산기슭으로 치달을 때
  • 뜨거운 심장을 두 손에 꺼내들고
  • 가파른 잿길을 단숨에 넘지 않았니.
  •  
  •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 아주 낯선 길을 걸으며 고단하지만
  • 그당시 밟았던 흙냄새는 여전히
  • 나의 겨드랑이 아래서 내 코를 자극하고
  • 때묻지 않았던 너의 눈망울이
  • 눈감으면 나의 눈앞에서 웃고 있다.
  • 올해도 계절의 시계는 추분을 밟고 섰다.
  • 그러나 아직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 삶에 대한 의지가 열목어처럼 뛰어 오르며
  • 내년 봄에 필 진달래꽃을 떠올린다.
  • 202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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