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사랑할 수 있다면

신사/박인걸 2015. 8. 15. 08:30

사랑할 수 있다면

바람이 빠르게 지나는 산언덕에
상처 입은 잎들이 심하게 흔들린다.
긁히고 찢어지는 아픔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지었을 너를 보며
사랑이란 아픔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백만 송이 장미꽃 길을 걸으며
향기 그윽함에 젓는 낭만이 아니다
청포도송이 영근 넝쿨아래서
손 마주잡고 걷는 설렘도 아니다. 
수평선너머로 사라진 배를 바라보며
손수건만 흔드는 그리움이다.
어린 새끼를 표범에게 빼앗겨 울부짖는
어미 암사슴의 처절한 눈물이다.
성곽에 서서 창날을 곤두세우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파숫군의 고독이다.
상처에 박힌 모래알을 끌어안고
몸부림치는 조개의 아픔이다.
붉은 포도주에 섞은 쓸개즙이
기관지로 넘어가는 고통이다.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포기하지 않으리.
20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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