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나의 당신

신사/박인걸 2020. 8. 21. 14:41

나의 당신

 

포동포동하던 살결과

해맑게 웃을 때 드러내던 치아가

희다 못해 진주처럼 빛나던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처녀였지요.

첫눈이 나비처럼 날던 날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붉은 카펫을 밟았지요.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또 흘러

뒤돌아보면 참 아득한 길을 걸어왔네요.

잠자다 살며시 당신의 얼굴을 살피면

소녀 적 당신의 고움이 그대로이고

볼그스레한 당신의 입술에서

설레게 하던 나의 감성이 아직 살아있어요.

내 가슴속에 세운 어떤 의지를

당신은 한 번도 꺾지 않았고

가녀린 두 손 모아 기도로 나를 힘껏 밀어

나 아직도 이 길을 가고 있다오.

상도동에서 어둔 터널을 걸었고

노량진에서 강바람에 시달렸지요.

봉천동 고갯길에서 지쳐 스러졌지요.

우리는 인천 구월동에서

다시 한 번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요.

당신과 함께 손을 잡고 걸었기에

우리는 능력의 나라를 세울 수 있었지요.

우리 둘은 참 멀리 왔어요.

진창길, 가시밭길, 자갈밭길, 눈길을

저벅저벅 걸어서 굽히지 않고 왔지요.

여보! 이젠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고난의 길도 이력이 나니 재밌어요.

아직 우리는 저 산을 넘어야 해요.

하지만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내 곁에 이렇게 있으니까요.

2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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