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당신
포동포동하던 살결과
해맑게 웃을 때 드러내던 치아가
희다 못해 진주처럼 빛나던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처녀였지요.
첫눈이 나비처럼 날던 날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붉은 카펫을 밟았지요.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또 흘러
뒤돌아보면 참 아득한 길을 걸어왔네요.
잠자다 살며시 당신의 얼굴을 살피면
소녀 적 당신의 고움이 그대로이고
볼그스레한 당신의 입술에서
설레게 하던 나의 감성이 아직 살아있어요.
내 가슴속에 세운 어떤 의지를
당신은 한 번도 꺾지 않았고
가녀린 두 손 모아 기도로 나를 힘껏 밀어
나 아직도 이 길을 가고 있다오.
상도동에서 어둔 터널을 걸었고
노량진에서 강바람에 시달렸지요.
봉천동 고갯길에서 지쳐 스러졌지요.
우리는 인천 구월동에서
다시 한 번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요.
당신과 함께 손을 잡고 걸었기에
우리는 능력의 나라를 세울 수 있었지요.
우리 둘은 참 멀리 왔어요.
진창길, 가시밭길, 자갈밭길, 눈길을
저벅저벅 걸어서 굽히지 않고 왔지요.
여보! 이젠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고난의 길도 이력이 나니 재밌어요.
아직 우리는 저 산을 넘어야 해요.
하지만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내 곁에 이렇게 있으니까요.
20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