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인제 산골마을

신사/박인걸 2020. 8. 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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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산골마을

 

하늘을 가득매운 황금 마차가

우리 집 마당에 사뿐히 내려앉아

늙은 황소를 태우고 하늘로 오를 때

꿈에서 깬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직감했다.

가여운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고

불쌍한 어머니도 뒤따라가신 무덤 곁에

남보랏빛 도라지 꽃 몇 송이

두 분 마음처럼 곱다.

구슬픈 찬송가가 메아리 되고

황토밭 모서리엔 까마귀 슬피 울던 날

비단만장(輓章)바람에 펄럭일 때

요단강 건너가신 양친이여!

복잡한 내 가슴 뒤적이면

담즙보다 쓴 눈물이 고여 있고

토해내지 못한 아픔이 갈비뼈 사이를

날카로운 송곳처럼 찌른다.

엉겁결에 이주해 온 낯선 마을에서

철새 깃털처럼 흔들리던 날

황망(慌忙)히 떠나버린 깊은 충격에

나는 그날 목 놓아 울었다.

이제는 양친 무덤 앞에서 나는 웃는다.

쓰디 쓴 설움을 씻어내고

지난날의 아픔을 동화처럼 읊을 수 있으니

세월의 강 저편에 누워 잠든

두 분이시여 하늘에서 웃으소서.

20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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