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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산골마을
하늘을 가득매운 황금 마차가
우리 집 마당에 사뿐히 내려앉아
늙은 황소를 태우고 하늘로 오를 때
꿈에서 깬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직감했다.
가여운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고
불쌍한 어머니도 뒤따라가신 무덤 곁에
남보랏빛 도라지 꽃 몇 송이
두 분 마음처럼 곱다.
구슬픈 찬송가가 메아리 되고
황토밭 모서리엔 까마귀 슬피 울던 날
비단만장(輓章)바람에 펄럭일 때
요단강 건너가신 양친이여!
복잡한 내 가슴 뒤적이면
담즙보다 쓴 눈물이 고여 있고
토해내지 못한 아픔이 갈비뼈 사이를
날카로운 송곳처럼 찌른다.
엉겁결에 이주해 온 낯선 마을에서
철새 깃털처럼 흔들리던 날
황망(慌忙)히 떠나버린 깊은 충격에
나는 그날 목 놓아 울었다.
이제는 양친 무덤 앞에서 나는 웃는다.
쓰디 쓴 설움을 씻어내고
지난날의 아픔을 동화처럼 읊을 수 있으니
세월의 강 저편에 누워 잠든
두 분이시여 하늘에서 웃으소서.
20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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