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낙화(洛花)

신사/박인걸 2020. 8. 3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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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배롱나무 꽃잎이 쏟아진다.

바람이 불어서가 아니다

질 때가 되어서 진 거다.

능소화도 허무하게 스러지고

귀뚜라미 노래마저 서글프다.

수명을 다한 마지막 모습은

산비둘기 노래만큼 처량하다.

석양 기러기도 갈 곳 찾아 날고

가을로 가는 뒷산 언덕에는

거칠던 바람결도 힘을 잃었다.

어릴 적 뛰놀던 악동(惡童)의

귀천(歸天) 소식에 하늘이 노랗다.

꽃은 차례대로 지고

나뭇잎도 순서대로 진다.

사람도 때가 되면 간다지만

가고 져야하는 운명이 슬프다.

2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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