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눈오는 날의 일기

신사/박인걸 2020. 8. 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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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눈 오는 날의 일기

겨울비가 그대를 붙들려했지만
떠나가는 길을 막지 못하자
진눈깨비로 앞길을 가로막는다.
돌아서는 사람을 붙잡는다는 것은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는 것처럼 힘들지만
핏물보다 진한 사랑이라면
하늘도 도와주시리.
만약 당신이 나를 버리고
소식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간다면
사랑했던 날들의 추억들이
한 평생 가슴에 숯불을 피워
삶이 아니라 죽음이겠지요.
가지 마오. 떠나가지 말아 주오.
당신이 떠나가도 지울 수만 있다면
이렇게 목메지는 않을 테지만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텐데
티 없이 맑은 당신의 눈동자와
엷은 미소의 당신 입술과
햇솜 보다 더 부드러운 당신 마음이
밤이면 하늘에 낮이면 허공에
눈감으면 아픔으로 가슴을 찢을 텐데
안 돼요 가지 말아요.
빗물처럼 눈물로 호소할게요.
그래도 당신이 떠나간다면
폭설(暴雪)로 당신 앞길을 가로막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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