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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406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때마다 앞집 간판이 삐걱 이고아무렇게나 뻗은 전선은 기분 나쁘게 운다.앙상한 가로수에 밤별이 매달리고바람이 불 때마다 별들이 아스팔트에 뒹군다.코로나가 두려운 밤길에는사람마다 발자국 소리를 감추며 걸어가고크리스마스트리마저 사리진 거리에는루돌프사슴도 멀리 도망쳤다.지금 부는 바람의 출처를 몰라사람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사람마다 불안하고아무래도 악마에게서 나온 것 같다고한마디 씩 툭툭 뱉는다.그 해는 심한 바람에 사람들이 다치고어떤 동네에서는 여러 명이 죽었다.이번에 부는 바람도 심상치 않아방안에 있는 사람까지 마구 흔들린다.아무래도 큰 나무들이 스러질 것 같다.큰 바람이 불 것을 알고앞집은 간판을 바꾸었는데 오늘 날아갔다. 건넌 집 간판도 곧 떨어질 것만 ..

나의 창작시 2020.11.27

어느 모성(母性)

어느 모성(母性) 어두운 꼭두새벽 길을 걸어샛별이 내려다보는 예배당에 엎드려몇 천일이 넘도록 새벽기도를 올리는간절함에 가슴이 뭉클할 따름이다.땀방울이 핏방울로 맺힌겟세마네 성자의 마지막 절규(絶叫)가아마도 자식(子息)을 위하여 호소하는저 모성(母性)과 흡사했으리.모두 물러간 빈 공간(空間)에절벽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울림처럼보기에도 민망(憫惘)한 아픔이전파를 타듯 내 가슴을 마구 흔든다.간을 소금에 절인 듯 아파하며위벽을 손톱으로 긁으며 간곡히 매달리는그녀의 아픔을 나는 알기에애처롭고 가엽기만 하다.모성의 기도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불 위를 맨발로 걸어서 하늘에 걸린 별이라도 따올 것이다.저 모성의 애원이 이뤄지기를 나도 빈다.동녘이 밝아오도록 여전히 눈물을 쏟는다.2020.11.25

나의 창작시 2020.11.25

나무에 대한 단상

나무에 대한 단상 시작과 함께 탈출할 수 없는족 쇠에 묶인 노예가 되어오로지 위로 뻗어야만 살아남는가혹한 숙명의 나무라는 이름이여!여러 해를 그 자리에 서서잎을 피우고 지우고 또 피우지만나이테가 늘어갈수록 삶의 무게에 점점 억눌리고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길 없어때로는 몸 일부를 내주어야 했다.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며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모른다.숨 쉬는 유기체의 생존본능일 뿐의미나 이념은 존재하지 않는다.어느 날 전기톱에 쓰러진대 해도비명 없이 사라지는 파리 목숨이다.목재가 되거나 관상목이 되리라는꿈과 비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아름드리 거목은 운이 좋았을 뿐이고곧게 뻗은 수직 목은 품종의 차이일 뿐이다.인간과 나무는 이성과 본능의 차이며진위와 선악의 존재유무일 뿐이다.산다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나의 창작시 2020.11.24

공허함에 대하여

공허함에 대하여 길가에 누웠던 은행잎도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느티나무 고운 잎사귀들도오솔길 구석에 처박혔다.그 새파랗던 시절의 기운은 어디가고종말은 하나같이 비참하다.바람이 산기슭을 쓸고 지나갈 때함부로 불려다니는 가랑잎들과예절 없이 쏟아진 밤비에납작 엎드린 단풍잎의 눈물을 본다.핏빛으로 변한 기도의 흔적들이쌓인 낙엽에 남아 있는데그 아름다움으로 물들였던 함성이숲과 숲 사이에서 들려오는데며칠사이에 허물어진 공력(功力)이폐막된 무대보다 더 쓸쓸하다.저 창백함을 바라보라.저 뭉그러져버린 모양을 보라.고뇌에 가득 찬 면상들과물거품이 돼 버린 발자국에 눈물이 고였다.마지막 정점은 이토록 비참하고종말은 결국 한 줌의 흙이다.출생은 죽음을 위한 마라톤이며생존을 위한 몸부림도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매미다.세상에 ..

나의 창작시 2020.11.23

쓸쓸함에 대하여

쓸쓸함에 대하여 나뭇잎 떨어진 숲에는스쳐가는 바람 소리가 사납다.나목들의 긴 고독이이제 시작에 불과하니 걱정이다.완충이 없는 지대는살벌한 전운이 매일 감돌고스스로 견뎌야 하는 괴로움은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이다.각개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처럼생사의 경계선을 매일 밟으며오로지 육탄전에 뛰어든담벼락 하나 없는 나무들이 가엽다.삶은 언제나 시퍼런 두려움이고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픔이다.상처 난 가슴을 바람이 할퀼 때마다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견뎌야 한다.제 몸 추스르기도 힘든 세상에누구를 염려할 여유는 없다.바람에 휘둘리는 나무들 울음이전사한 병사의 귀곡(鬼哭)으로 울린다.며칠 전 그 곱던 단풍잎들이초겨울 밤비에 여지없이 추락하고시간이 쌍끌이한 헐벗은 숲에는지금 감당 못할 쓸쓸함이 밀려든다.2020.11.22

나의 창작시 2020.11.22

도시의 섬

도시의 섬 바다 없는 섬은 지상에도 있고 산 없는 계곡은 사람사이에도 깊다. 인파 출렁이는 시장골목과 마천루빌딩 숲에서 섬을 보았고 등과 등을 맞댄 전철 안에는 무거운 단절이 바라볼 뿐이었다. 익명(匿名)의 벽이 점점 높아지면 불신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멀리 떠 있는 별처럼 우리는 서로가 섬에 갇힌다. 마음을 주지 않는 만남은 가슴에 상처만 깊어지고 한번 돌아 선 마음을 되돌리는 일은 불임녀의 출산보다 힘들다.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지 않고 너 또한 나를 받아주기 싫어하기에 스스로 선(線)을 굵게 긋고 홀로 떠도는 섬이 되었다. 단절(斷絶)이 반드시 고독만은 아니다 산속에 갇힌 자연인도 행복하더라. 2020.11.21

나의 창작시 2020.11.21

그 해 같은 가을

그 해 같은 가을 여보! 또 다시 붉은 낙엽을 흩뿌리며 그 해 같은 가을이 노량진 언덕에 내렸소. 잔인했던 겨울을 가까스로 보내고 새파란 이파리 피우려 몸부림 칠 때 봄 서리에 순이 잘려 신음하면서도 가까스로 피운 꽃을 여름새들이 몽땅 잘라먹었소. 그 해 가을 사육신 무덤 앞에서 나는 흐르는 강 건너편을 보며 분노했소. 몇 해를 발버둥 쳐도 건널 수 없는 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며 어지럽게 얽힌 시계부속품처럼 공허한 공회전에 세월을 잃었기 때문이었소. 시멘트포장 틈을 비집고 피운 민들레꽃이 수줍게 내 눈빛을 받아줄 때 어릴 때 심장에 감춰놓은 잠재력이 트레비 분수처럼 튀어 올랐소. 쭈그러들었던 가슴이 대문처럼 열리고 접혔던 의지는 경첩처럼 펴지며 멀리 도망쳤던 굳센 기운에 날선 칼날도 전혀 두렵지 않았소..

나의 창작시 2020.11.20

늦가을 비

늦가을 비 스러진 마른 잎 위로 비가 뿌리면 숨이 붙어있는 낙엽들이 흐느낍니다. 서리 맞아 헐떡대던 용담초 꽃이 창백한 얼굴로 스러집니다.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자취를 감추고 쏟아내던 산열매들도 사라졌습니다. 외로운 기러기도 울며 떠났고 가을비에 남은 잎들 서럽습니다. 노목(老木)이 쏟아내는 낙엽을 보며 어떤 허무가 가랑잎처럼 뒹굴고 마지막 잎사귀 곤두박질 칠 때 이별 아픔이 내 영혼을 울립니다. 빗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헤어지는 아쉬움에 서성입니다. 몇 번을 뒤돌아 봐도 떠나야 하는 가련한 발걸음 되돌릴 길 없습니다. 매정하게 흘러가는 세월 앞에는 순수도 순진함도 빛이 바래고 점점 차가워지는 늦가을 비처럼 뜨겁던 가슴도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접지 못한 작은 미련이 내 명치끝에 대롱대..

나의 창작시 2020.11.19

쓸쓸한 방황

쓸쓸한 방황 낙엽 진 오솔길에 그리움이 뒹굴고 두껍게 쌓인 가랑잎에 고독이 가득하다. 조각난 허무가 온 산을 뒤덮고 좌표 잃은 방황에 숲은 아우성이다. 일시에 폭락(暴落)하는 저 잎들은 처음부터 이런 날을 몰랐으리라. 갑작스레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떨어지는 일은 모두가 아픔이며 잃어버리는 가슴은 한없는 고통이다. 빼앗기는 마음은 큰 슬픔이며 떠나야 하는 가슴에는 찬바람이 분다. 파랗게 펄럭이던 수만(數萬)의 꿈들이 누렇게 빗 바랜 종잇장처럼 아무렇게나 뒹구는 쓸쓸한 방황에 반복되는 무상을 통감(痛感)한다. 발길에 차이는 가랑잎에서 나만 듣는 비명이 고막을 울린다. 살다 죽어야 하는 것들의 눈물이 쌓인 낙엽에 촉촉이 내린다. 2020.11.18

나의 창작시 2020.11.18

새에게

새에게 노바기 넝쿨 씨앗을 물고 산수유 열매 맛있다고 지저귀는 새야 산열매 들 열매 지천인 가을에 양식이 풍성해 신바람 났구나. 마른 정강이 무거운 날개 짓에 산길을 걸을 때면 내 맘 괴롭더니 낙엽 쏟아진 가지에 매달린 산새들 먹을거리에 안도(安堵)한다. 떼 지어 날던 떼 까치들과 무리지어 내달리던 참새 떼들을 빈손으로 마주 칠 때 마다 짐짓 놀란 나는 뒷걸음질 쳤다. 현미 한 됫박 봉지에 담아 산새 노니는 언덕에 뿌려주려 했으나 까마귀 고길 먹었는지 까맣게 잊고 오늘도 가진 것 없는 손으로 지나갔다. 내 마음이 지치고 힘들던 여름 새들의 노래에 근심이 걷히고 지친 몸으로 나뭇가지 아래 쉬던 날에 청아하던 새들의 노래에 힘이 솟았다. 지양 산 까치들아 국기봉의 산비둘기야 덤불사이를 돌아다녀도 멀리 떠나지..

나의 창작시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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