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목 선홍빛 단풍이 허물어지고 찬 서리에 주저앉은 국화 가엽다. 뒹구는 은행잎 가련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마지막 한 잎 불안하다. 시간은 총알처럼 빠르고 젊음도 순식간에 사라져가니 기대며 살아온 세월 덧없어 깊은 고독이 정수를 타고 오른다. 나는 오로지 너만 사랑했고 너 또한 나만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니 밟히는 낙엽 같아 많이 서럽다. 너는 언제나 피어오르는 꽃이었고 조석으로 지저귀는 새였는데 너와 나의 눈썹에 백설이 가득하니 인생의 덧없음에 슬프다. 하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으리. 겨울이 올 테면 얼마든지 오라하라. 흰 눈이 퍼부어도 떨지 않으리라.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