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느 모성(母性)

신사/박인걸 2020. 11. 25. 11:15
  • 어느 모성(母性)
  •  
  • 어두운 꼭두새벽 길을 걸어
  • 샛별이 내려다보는 예배당에 엎드려
  • 몇 천일이 넘도록 새벽기도를 올리는
  • 간절함에 가슴이 뭉클할 따름이다.
  • 땀방울이 핏방울로 맺힌
  • 겟세마네 성자의 마지막 절규(絶叫)가
  • 아마도 자식(子息)을 위하여 호소하는
  • 저 모성(母性)과 흡사했으리.
  • 모두 물러간 빈 공간(空間)에
  • 절벽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울림처럼
  • 보기에도 민망(憫惘)한 아픔이
  • 전파를 타듯 내 가슴을 마구 흔든다.
  • 간을 소금에 절인 듯 아파하며
  • 위벽을 손톱으로 긁으며 간곡히 매달리는
  • 그녀의 아픔을 나는 알기에
  • 애처롭고 가엽기만 하다.
  • 모성의 기도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 불 위를 맨발로 걸어서
  • 하늘에 걸린 별이라도 따올 것이다.
  • 저 모성의 애원이 이뤄지기를 나도 빈다.
  • 동녘이 밝아오도록 여전히 눈물을 쏟는다.
  •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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