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내가 기다리는 그날이 아직은 땅 밑에서 잠자고 있다. 그늘은 고로쇠나무 곁에 길게 누웠고 바람소리는 검불을 밟고 지나간다. 태양 볕은 두 걸음정도 모자라 깊은 응달 밖에서 서성인다. 산 까치들 어지럽게 울며 날고 멧새들 날개 무게에 주저앉았다. 그 날이 오려면 아직은 기다려야 하고 꽃을 보려면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나는 참 많이 찾아 헤매며 그 날 맞을 준비를 예비시켰다. 숲이 기대감을 접고 곯아 떨어져도 나는 귀퉁이에 군불을 지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내가 기다리는 그 날은 멀리 있고 작은 나비는 날개를 높이 걸어 두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곡괭이를 들고 거친 땅을 파낸다. 그날은 봄 비에 실려 내 앞에 설 것이다.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