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바람이 분다.

신사/박인걸 2020. 11.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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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분다.
  •  
  • 바람이 불때마다 앞집 간판이 삐걱 이고
  • 아무렇게나 뻗은 전선은 기분 나쁘게 운다.
  • 앙상한 가로수에 밤별이 매달리고
  • 바람이 불 때마다 별들이 아스팔트에 뒹군다.
  • 코로나가 두려운 밤길에는
  • 사람마다 발자국 소리를 감추며 걸어가고
  • 크리스마스트리마저 사리진 거리에는
  • 루돌프사슴도 멀리 도망쳤다.
  • 지금 부는 바람의 출처를 몰라
  • 사람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사람마다 불안하고
  • 아무래도 악마에게서 나온 것 같다고
  • 한마디 씩 툭툭 뱉는다.
  • 그 해는 심한 바람에 사람들이 다치고
  • 어떤 동네에서는 여러 명이 죽었다.
  • 이번에 부는 바람도 심상치 않아
  • 방안에 있는 사람까지 마구 흔들린다.
  • 아무래도 큰 나무들이 스러질 것 같다.
  • 큰 바람이 불 것을 알고
  • 앞집은 간판을 바꾸었는데 오늘 날아갔다.
  • 건넌 집 간판도 곧 떨어질 것만 같다.
  • 지금 부는 바람은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고
  • 어떤 사람의 뿌리까지 흔든다.
  • 바람을 멈추게 할 차단막이 없다.
  • 바람은 달의 반쪽을 찢어버렸다.
  • 잃을 것 없는 사람만 바람이 두렵지 않다.
  •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소리가 크다.
  • 아무래도 불길하다.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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