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쓸쓸함에 대하여

신사/박인걸 2020. 11. 22. 09:08
반응형
  • 쓸쓸함에 대하여
  •  
  • 나뭇잎 떨어진 숲에는
  • 스쳐가는 바람 소리가 사납다.
  • 나목들의 긴 고독이
  • 이제 시작에 불과하니 걱정이다.
  • 완충이 없는 지대는
  • 살벌한 전운이 매일 감돌고
  • 스스로 견뎌야 하는 괴로움은
  • 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이다.
  • 각개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처럼
  • 생사의 경계선을 매일 밟으며
  • 오로지 육탄전에 뛰어든
  • 담벼락 하나 없는 나무들이 가엽다.
  • 삶은 언제나 시퍼런 두려움이고
  • 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픔이다.
  • 상처 난 가슴을 바람이 할퀼 때마다
  •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견뎌야 한다.
  • 제 몸 추스르기도 힘든 세상에
  • 누구를 염려할 여유는 없다.
  • 바람에 휘둘리는 나무들 울음이
  • 전사한 병사의 귀곡(鬼哭)으로 울린다.
  • 며칠 전 그 곱던 단풍잎들이
  • 초겨울 밤비에 여지없이 추락하고
  • 시간이 쌍끌이한 헐벗은 숲에는
  • 지금 감당 못할 쓸쓸함이 밀려든다.
  • 2020.11.22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에 대한 단상  (0) 2020.11.24
공허함에 대하여  (0) 2020.11.23
도시의 섬  (0) 2020.11.21
그 해 같은 가을  (0) 2020.11.20
늦가을 비  (0) 202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