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도시의 추석

신사/박인걸 2022. 9. 8. 21:57
  • 도시의 추석
  •  
  • 고층 아파트에 갇힌 나는
  • 십오층 유리창에 걸린 달을 본다.
  • 고향 떠난 사람 못 잊어
  • 달은 도시 빌딩 숲을 찾아왔다.
  • 송편, 풋콩, 햅쌀밥, 알밤,
  • 디딜방아, 대청마루, 사립문,
  • 가을들녘, 황금 물결, 코스모스,
  • 신작로, 초가집, 논둑 길
  • 보름달은 늘 웃으며 굽어봤는데
  • 아스팔트에 포위된 마을은
  • 형형의 세단이 줄을 잇고
  • 풋풋했던 이웃 정이 떠난 동네에
  • 낯선 이방인이 왕래하며
  • 온종일 돌아가던 물레방아 터에는
  • 아련한 추억의 조각만이 뒹굴어
  • 둥근 보름달도 시골 하늘을 버리고
  • 어릴 적 반겨주던 얼굴을 찾아
  • 밤길을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다.
  • 나 비록 도시인으로 살아도
  • 흙냄새, 익은 볏단, 빨랫줄, 낡은 지게
  • 마당 가 작두, 쇠스랑, 돌담,
  • 동구 밖 오솔길 나 어찌 잊힐리야
  • 달맞이꽃 노랗게 피어나던
  • 내 고향 냇가를 나 어찌 잊으리요.
  •  
  •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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