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모월(某月) 모일(某日)

신사/박인걸 2022. 9. 14. 16:34
  • 모월(某月) 모일(某日)
  •  
  • 하늘은 깊이 흐렸지만
  • 비는 아직까지 구름에 갇혀있다.
  • 바람은 나뭇잎 위에서 잠들고
  • 봄 가뭄에 말라죽은 회향목 서럽다.
  • 어디론가 가고있는 사람들의 행렬과
  • 목적없이 배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 나는 어디쯤 왔는지 알지 못한다.
  • 베롱나무 꽃이 마지막 잎을 떨어트리던 날
  • 불자동차는 싸이렌을 울리며 달렸고
  • 검은 연기가 기둥처럼 일어서서
  • 무너지려는 구름을 떠받친다.
  • 순간순간 일어나는 삶의 장면들이
  • 어릴적 의미 없이 관람하던 활동사진처럼 펼쳐지고
  • 이유도 없이 치미는 부아를 참으며
  • 바람에 꺾인 오동나무 아래 나는 잠시 머문다.
  • 못생긴 달팽이 한 마리가
  •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사를 한다.
  • 나의 생애에 스무 번 넘게 이삿짐을 싣고
  • 부스러기를 흘리며 다닌 내가 가엽다.
  • 아직은 코스모스가 곱게피어 위로가된다.
  • 긴목 빼들고 하늘거릴 때
  • 어머니의 품에 안기던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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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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