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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월(某月) 모일(某日)
- 하늘은 깊이 흐렸지만
- 비는 아직까지 구름에 갇혀있다.
- 바람은 나뭇잎 위에서 잠들고
- 봄 가뭄에 말라죽은 회향목 서럽다.
- 어디론가 가고있는 사람들의 행렬과
- 목적없이 배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 나는 어디쯤 왔는지 알지 못한다.
- 베롱나무 꽃이 마지막 잎을 떨어트리던 날
- 불자동차는 싸이렌을 울리며 달렸고
- 검은 연기가 기둥처럼 일어서서
- 무너지려는 구름을 떠받친다.
- 순간순간 일어나는 삶의 장면들이
- 어릴적 의미 없이 관람하던 활동사진처럼 펼쳐지고
- 이유도 없이 치미는 부아를 참으며
- 바람에 꺾인 오동나무 아래 나는 잠시 머문다.
- 못생긴 달팽이 한 마리가
-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사를 한다.
- 나의 생애에 스무 번 넘게 이삿짐을 싣고
- 부스러기를 흘리며 다닌 내가 가엽다.
- 아직은 코스모스가 곱게피어 위로가된다.
- 긴목 빼들고 하늘거릴 때
- 어머니의 품에 안기던 생각에 잠긴다.
-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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