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 바다

신사/박인걸 2025. 3. 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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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바다
  • (대포항에서)
  •  
  • 고단한 세월에 주름진 건어포가
  • 전쟁 포로처럼 엮인 채로
  • 건어물 가게에 매달려
  • 계절을 잊은 채 팔려가는 슬픔을 노래한다.
  • 비린내 진동하는 부둣가
  • 이마에 골 깊은 어부들이
  • 엉킨 그물을 바닷물에 씻을 때
  • 물결에 씻겨 내려가는 먼 기억들
  • 소금기 묻은 손톱 끝에 남은 시간이 흐른다.
  • 좌판에 앉은 여인들의
  • 바닷 바람에 그을린 얼굴에서
  • 세월의 흔적이 물결처럼 흩어지며
  • 그들의 눈빛은 아직도 바다를 품고 있다.
  • 으르렁대던 파도 소리를 감춘
  • 봄 햇살에 빛나는 동해 바다는
  • 어둠 속에 잠든 고요함과
  • 봄볕에 반짝이는 고백이 서로 교차한다.
  • 출항을 앞둔 배마다
  • 찢긴 깃발이 바람에 나부낄 때
  • 겨울과 봄의 경계선에서
  • 어부들의 얼굴에 스며든 봄을 읽는다.
  • 202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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