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를 맞으며

신사/박인걸 2023. 7. 24. 08:47
  • 비를 맞으며
  •  
  • 아스팔트에 물길이 났다.
  • 길가 꽃들은 비를 쫄딱 맞아 초라하고
  • 날개 젖은 비둘기 가련하다.
  • 플라타너스 잎은 더러 뒹굴고
  • 도시 매미도 빗줄기에 입을 닫았다.
  •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
  • 젖은 바지를 끌며 어디론가 걷는다.
  • 늘 그랬듯이 비는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 장맛비가 며칠간 내릴 때면
  • 을씨년스러운 나만의 감정에 도망치고 싶다.
  • 불어난 냇물을 건너던 아이가
  • 아랫마을 봇(洑)둑에 엎어져 있었다.
  • 따지고 보면 해묵은 일인데
  • 왜 나는 아직도 그때의 아픈 기억을
  • 비 오는 날이면 소환할까?
  • 그 아이 엄마 눈에서 핏물 같은 눈물이
  • 장맛비처럼 쏟아질 때
  • 그 곁에 있던 나도 따라 울었다.
  • 무작위로 내리는 비는
  • 애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 빗줄기가 굵어질 때면
  • 내 가슴은 아슬아슬한 벼랑위를 걷는다.
  • 천둥과 번개라도 치는 날이면
  • 가슴에 피뢰침을 곤두세운다.
  • 비를 맞은 나뭇잎만 청청해 보일뿐
  • 도시는 집단 우울에 빠진다.
  • 202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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