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손녀(孫女) 메타스콰이어 나뭇잎이 황옥 빛으로 곱게 물들던 십일월 스무 이튿날 고고의 울음을 터트리며 한 아이가 태어났다. 가는 탯줄에 생명을 걸고 어미의 사랑을 먹으면서 열 달을 오직 홀로 바깥세상을 꿈꿨는데 태의 문이 열리던 날 어둠을 크게 박차고 힘차게 드넓은 세상으로 .. 나의 창작시 2016.11.23
단풍잎 단풍잎 장밋빛보다 더 빨간 잎은 차마 고백할 수 없는 아픔을 안으로 삭힌 멍이리. 핏빛보다 더 붉은 이파리는 온종일 그리움에 지쳐 애태우다 터진 실핏줄이리. 가을도 저무는데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다 빨갛게 익어버린 가슴이여 서늘한 바람결에 힘없이 나부끼는 서러움이여 기.. 나의 창작시 2016.11.19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 언제부터인가 홀연히 내 맘에 들어와 머물며 떠나가지 않는 이여 바람이 불 때면 두려움으로 흔들고 구름이 낀 날이면 내 마음을 우울함에 잠기게 하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그리움에 설레게 하는 이여 첫눈이 내리던 날에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꽃이 .. 나의 창작시 2016.11.19
감사절의 기도 감사절의 기도 도시 정원의 적 단풍나무에 매달린 마지막 잎 새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때 한 성직자는 성경 앞에 앉는다. 한 가닥 줄기에 잎을 달고 꺼져가는 촛불처럼 불안한 한 해를 살아 왔지만 아직 꿈이 있어 감사합니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희미한 가로등 빛을 밟으며 십자.. 나의 창작시 2016.11.19
추수감사절 감사 추수감사절 감사 새벽 알람에 깨어나 첫 기도로 하루를 열며 기나긴 세월 한 번도 멈추지 않은 내 심장이 뛰고 있어 감사합니다. 동틀 무렵 하늘에 걸려 은은하게 웃고 있는 달빛이 한 번도 변치 않던 친한 벗의 우정 같아 감사합니다. 정갈한 아침 밥상에 앉아 묵상기도를 드리다가 삼시.. 나의 창작시 2016.11.12
악몽 악몽 外換 바람이 몹시 불어 온 나라를 강타할 때 빚더미에 앉은 남이 아닌 사람은 쓸개즙이 목구멍으로 넘쳤다. 두 발은 모래사막에 섰고 잃어버린 길은 드러나지 않으며 낙타도 무릎을 꿇었고 하늘은 이미 문을 닫았다. 方位를 가늠할 수 없어 머리깔이 일렬로 서고 등골로 흐르는 뜨거.. 나의 창작시 2016.11.12
늦가을 斷想 늦가을 斷想 길 위에 깔린 낙엽을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간다. 근접 불가하던 명성이 한낱 휴지조각처럼 짓밟힌다. 까마득한 정상에서 세상을 눈 아래에 두고 고고(孤高)한 자존심으로 의연히 지켜온 자리 험악하던 폭풍우와 아사직전의 긴 가뭄과 역겨운 벌레 떼의 습격에도 억척같이 견.. 나의 창작시 2016.11.09
청기와 집 여인 청기와 집 여인 높은 울타리에 갇혀 우배(友輩)없이 살아온 유년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도 막혀 적막강산의 유배지였으리 양친의 흉사(凶事)에 심장 깊숙이 생긴 상처들 결연한 의지로 꿋꿋했으나 세월의 낙엽에 묻혀버린 트라우마 밤하늘의 외로운 별 망망대해의 고독한 섬 죽음보다.. 나의 창작시 2016.11.07
가을 儀訓 가을 儀訓 낙엽이 지는 소리와 풀잎이 숨을 거두는 신음이 고통과 슬픔이 아닌 영면하는 성인의 기도소리로 들립니다. 산다는 것은 축복이며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은총임을 고운 빛깔로 삶을 정리하는 잎사귀들에서 배웁니다. 연두 빛 봄의 노래와 짙푸르던 여름의 희망과 흐무러지는 .. 나의 창작시 2016.11.05
어느 가을에 어느 가을에 맑고 드높은 하늘 아래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과 산 사이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지줄 대는 물소리에서 당신의 음성을 들으며 매일 아침을 열고 싶다. 못 가에 꽃을 심고 꽃 속에서 당신 얼굴을 보며 그윽한 향취에서 당신을 느끼고 싶다. 가을바람에 실.. 나의 창작시 201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