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꽃 접시 꽃 시인/박인걸 접시꽃이 피었네. 작년에 피었던 그 자리에서 고운 님 입술처럼 곱게 피었네. 한 점 안 변했네. 청초록 잎사귀들과 흔들릴 지언즉 굽히지 않는 지조 있는 꽃대가 나 홀로 피었네. 멀찍이 비켜서서 피었네. 그리운 님 그리워 혼자서 피었네. 여름에만 피네. 뜨거운 햇살.. 나의 창작시 2017.09.01
나무에 대한 小考 나무에 대한 小考 홀연히 날아온 씨앗이 어느 비탈이나 골짜기에 떨어져 흙을 뚫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무는 자신의 운명을 짐작한다. 토질과 위치에 따라 재목과 잡목으로 결정되고 풍세와 음(陰) 양지에 따라 뒷날의 희비가 엇갈린다. 우연과 필연의 갈림길에서 선택권이 전혀 없는 나.. 나의 창작시 2017.08.31
담쟁이 넝쿨 담쟁이 넝쿨 철골 콘크리트 마천루 바람벽은 누구의 접근도 허용치 않아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흐를 뿐 새들도 무서워 접근을 않는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절벽을 담쟁이가 푸른 초원을 꿈꿀 때 누구도 작은 가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장비 하나 없이 경사진 바닥.. 나의 창작시 2017.08.30
초가을 아침 초가을 아침 비갠 후 맑은 이른 아침 붉은 빛 동쪽 노을에 雜木 빼곡한 짙푸른 숲이 환상의 세계로 다가온다. 바람은 나뭇잎에 숨어 잠들고 풀벌레 불협화음도 사라진 고요로 충만한 숲길에서 영혼을 純粹로 가득 채운다. 미세먼지로 콜록거리며 도시 먼지에 뒤범벅이 된 허파와 모세혈관.. 나의 창작시 2017.08.29
몽골 몽골 바이칼호의 헥토파스칼이 얇은 옷깃을 파고들며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처음 찾은 외국인을 움츠리게 한다. 많이 낯익은 지형이 끝없이 펼쳐지는 흥미에 뽀얀 먼지 일으키는 신작로길이 과거로의 여행 같아 흥겹다. 古墳같은 능선위에 뭉게구름은 졸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마을은 .. 나의 창작시 2017.08.24
구름 구름 태양을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아직은 양심이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 두 사이에 장막을 덮어 돌이 킬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영롱한 별이 길을 잃고 하늘을 배회하다 떨어 질까봐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아 고운 별들을 주워 담든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아픈 이들의 눈물을 훔쳐보다 바람.. 나의 창작시 2017.08.12
백조 백조 그대의 하얀 깃털 옷은 찬란하여 눈이 부시고 긴 목 빼든 우아함에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고고한 날개 짓은 경외감을 자아내고 호수에 내려앉을 때면 강림한 천사더라. 격조 높은 몸짓에는 기품이 풍겨나고 절제된 걸음걸이에 품위가 서렸더라. 가까이 다가가기엔 자신이 너무 불.. 나의 창작시 2017.08.12
입추 감정 입추 감정 대서와 처서사이에서 태양은 황경 백오십도를 향하고 가을이 문 앞에 왔다고 귀뚜라미를 앞세워 알린다. 아직 햇살은 따가우나 오후 그늘은 차갑고 짝을 못 찾은 늦매미는 시간에 쫓겨 서글프다. 한 해살이 나팔꽃도 아침마다 나팔을 불었으나 오므린 꽃송이마다 우수가 깃들.. 나의 창작시 2017.08.10
도시를 떠나라 도시를 떠나라. 그대는 왜 도시에 살려는가. 무슨 꿈을 쫒아 여기까지 왔는가. 익명의 자유가 보장되나 인간소외의 도가니이다. 가진 자는 올라가고 없는 자는 추락한다. 부러워 서글픈 이들과 따돌림에 움츠려드는 이들이 술 한 잔에 눈물을 섞으며 욕지거리를 쏟아내는 어두운 거리.. 나의 창작시 2017.08.07
이별 이별 어느 날 뜻밖에 갈라서야할 순간이 온다면 난감하지 않은 표정으로 차분하게 받아드릴 수 있을까 매우 소중했던 시간들 깊이 잠들게 했던 숫한 밤들 등을 편안히 받쳐주던 침대 어머니 자궁 같던 안방 소통의 통로였던 휴대폰아 발이 되어주던 승용차야 글자를 양산하던 자판기도 .. 나의 창작시 201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