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광복절 하늘은 검고 태양은 빛을 잃었다. 별들은 돌이 되고 바다는 흉용했다. 긴긴 삼십 육년 가슴엔 응어리가 명치끝엔 한이 울분은 마그마였다. 주권을 잃느니 죽음을 달라 조국을 잃느니 자결 하리라 끌려간 징용은 불귀객 되고 아들 딸 기다리다 눈이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 나의 창작시 2016.08.12
질맷재 질맷재 자작나무 우두커니 서서 말없이 길손을 지켜보고 우거진 솔밭사이엔 언제나 깊은 무서움이 서려있었다. 개 짓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갯마루에는 머리칼이 쭈뼛 서고 안개가 길을 가로막을 때면 두려움이 등골로 내려앉았다. 헉헉 이며 이 재를 넘을 때면 잔등에 땀이 고이지만 .. 나의 창작시 2016.08.12
8월 8월 온종일 햇볕의 작열(灼熱)에 지상은 속수무책이다. 태양의 이글거림은 분노를 넘어 폭발이다. 그늘도 화덕이고 회전날개 바람도 지쳤다. 실내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이 그나마 위로를 준다. 그럼에도 초록 숲과 넓은 들판은 행복에 겹다. 쏟아지는 열기에 몸을 흔들며 품은 씨방을 살찌.. 나의 창작시 2016.08.06
평온 평온 일상의 지루함을 떠나 심산계곡에 발을 담그니 구부정한 거목이 잎을 흔들어 반긴다. 바람은 낮잠에 누웠고 냇물은 조촐하고 먼 하늘 구름은 한가롭고 물새만이 가끔 깃을 턴다. 매일 몹시 부대끼어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고운 음악도 뇌척수를 건드려 손발이 저리더니 여기에 이르.. 나의 창작시 2016.07.29
능소화 지던 날 능소화 지던 날 어느 소녀의 복숭아 빛 볼 보다 더 불그스레해 물가에 선 수선화마저 질투를 느낄 고고하고 그윽하던 꽃이 한 여름 폭염이 쏟아지던 날 한 송이 두 송이 맥없이 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드레스 걸친 새 신부 같아 지날 때 마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해 몇 번이고 되돌아보았더.. 나의 창작시 2016.07.23
옛 추억 옛 추억 송화 가루 안개처럼 내리고 살구꽃이 나비처럼 날던 마을 함석집 마당가 배추국화 소녀만큼 곱던 보랏빛 콩 꽃이 수줍게 웃고 이름 모를 풀벌레 노래도 정겹던 옥수수 푸른 제복을 입고 한 여름 사열(査閱)을 하던 기억의 사진첩에 담긴 그 동네 앞 집 분이와 손잡고 넓은 들판을 .. 나의 창작시 2016.07.02
그 사람 그 사람 겨자 꽃이 노랗게 웃는 갈릴리의 마을을 걸을 때 허름한 옷을 입은 그 사람이 우렁차게 외치던 음성이 호수바람을 타고 내 귓가에 길게 울린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고즈넉한 여리고에 요단강 물소리가 여울질 때 허겁지겁 달려오며 애답게 호소하던 바디메오를 .. 나의 창작시 2016.07.01
꿈 꾸는 병 꿈꾸는 병 눈만 감으면 꿈을 꾼다. 아니 눈을 뜨고도 꿈을 꾼다. 몸속에 잠복 된 꿈 바이러스가 시도 때도 없이 설레게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거친 비탈길을 걷는 한 사람 이제는 지칠 만도 한데 꿈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다. 언젠가 거친 광야를 걸어 올 때도 광풍 이는 바다를 건너 .. 나의 창작시 2016.06.18
한 그루 무화과 나무(축시)(설립 30주년 기념) 한 그루 무화과 나무 콩 꽃이 수줍게 피어나는 꼬불꼬불한 밭길을 따라 더러는 달맞이꽃이 노랗게 웃던 정겨운 고리울 마을에 작은 묘목으로 시작한 교회 30년 세월이 흘러 한그루 우람한 무화과나무로 마을 중심에 우뚝 섰으니 바람이 심하게 불던 밤이면 뿌리는 더욱 깊게 뻗었고 온 땅.. 나의 창작시 2016.06.11
유월의 숲 유월의 숲 젊고 젊은 나무들이 동해보다 더 푸르게 출렁이며 산 정상까지 파도치며 치톤피드를 분무한다. 시련을 겪지 않은 잎들이 어린 소녀만큼 풋풋하고 뻗어 오르는 순들은 소년의 꿈만큼 순수하다. 강물 같은 평화가 가는 물소리와 함께 흐르고 아침 같은 고요가 모든 염려를 잠재.. 나의 창작시 201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