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바람

신사/박인걸 2017. 9. 2. 09:22

바람

나뭇잎을 밟고 온 바람에게서
짙은 풀 향이 풍기고
바다를 건너온 바람에게서
넓은 가슴을 느낍니다.

흙 위를 걸어온 바람과
논두렁길을 지나 온 바람에게서
고향 향취를 풍기는데
사람을 스쳐온 바람은 악취를 풍깁니다.

강 건너온 바람은 맑기만 하고
산 넘어온 바람은 시원한데
사람들 소문을 물고 온 바람은
이토록 고약한 냄새가 날까요.

숲은 바람을 맑게 하고
바람은 숲을 말갛게 하는데
숲도 바람도 사람을 만나면
하나같이 역겨워 질까요.

나를 스치고 간 바람이
어느 인파를 비집고 지날 때
코를 막고 돌아서서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나

하늘은 저토록 높기만 하고
밤 별들도 곱게 빛나는데
사람을 거쳐 간 바람은
風聞이 되니 안타깝습니다.
20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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