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더러운 삶

신사/박인걸 2017. 9. 14. 13:56

더러운 삶

 

그의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이곳에 왔는지 모른다.

걸어온 길을 묻는 이도 없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다.

수상쩍은 옷차림과

보통 사람들의 눈빛과는 상당히 다른

의심스런 표정 때문에 스스로들 단속하였다.

처음 그와 마주 앉았다.

게워내듯 떠들어대는 언어에서

꾸며대는 글귀인 것을 직감했고

소리만 시끄럽게 내는

텅 빈 통조림통이 떠올랐다.

그는 한 자리에 앉아있지 않았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접촉할 때마다

아둔한 이들이 한쪽으로 기울고

至愚한 자들은 眩惑되었고

평온하던 동네는 시끄러워져갔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때도 같은 族屬이 흘러 들어와서

땅을 밟고 돌아다닐 때마다 지진이 났다.

사람들은 술 먹은 듯 비틀거렸고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굉음이 진동했다.

착한 사람들은 고요를 원했지만

지저분한 돼지는 배회한다.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흘렀다.

醜雜한 이름으로 살다

돌팔매를 맞고 도망자가 되어

아무도 몰래 기어들어왔단다.

아침 하늘이 맑게 갠 어느 날

동네에서 그는 눈에 띄지 않았다.

밤비 쏟아지던 가로등 없는 길을 걸어

마을 어귀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고 한다.

길가에 백일홍이 줄을 서서 피고 있다.

2017.9.14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시 없는 사랑  (0) 2017.09.22
야생화  (0) 2017.09.19
가을의 禱祈   (0) 2017.09.09
시린 추억  (0) 2017.09.08
바람  (0)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