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꿈 짐승에 밟히고 때론 인간에게 밟혀도 잡초는 다시 일어선다. 조상 적부터 잡초로 살아와 밟히는 일에 이골이 났다. 자신들의 신분을 알기에 화초를 부러워하거나 인간들이 북돋아 주는 채소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맨몸으로 태어나 비바람에 휘청거리며 까만 밤이면 두려움에 떨지만 아침 햇살을 기다리며 기나긴 시간을 견딘다. 농부가 휘두르는 낫날에 사정없이 몸이 잘려나가도 운명 앞에 굴복하지 않고 새 순으로 돋아나 저항한다. 잡초의 시들지 않는 꿈은 황무지에 꽃을 피우고 사막을 풀밭으로 바꾸며 삭막한 도시에 풀 냄새가 풍기는 자기들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전봇대와 콘크리트 담벼락까지 인간들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 오고 싶어 오늘도 안간힘을 다해 울타리를 기어오르고 있다. 20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