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산길에서

신사/박인걸 2007. 12. 2. 12:29
겨울 산길에서

오그라든 가랑잎 위로
첫눈이 솜처럼 내릴 때면
함박 웃는 그대가
눈이 온다며 달려올 것 같아
자작나무에 기대어
오솔길만 바라보고 서있다.

젊은 날의 추억들은
아득하게 멀어져 가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꺼져가던 불씨처럼 살아나
그대가 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기다리고 서 있다.

첫 눈이 내릴 때쯤이면
숲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깊은 잠자리로 드는데
헛된 욕망을 가득 품은 나는
왜 여기서 서성이는 걸까.

가던 길도 지워지고
돌아갈 길도 지워지는데
기다림으로 떨고 있는 이 숲에
그대여 여기에 오려거든
온 천지 뒤 덮는
함박눈으로 찾아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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