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주님 가신 길

신사/박인걸 2023. 2. 19.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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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님 가신 길
  •  
  •                       경인백석신학교 졸업식에 붙여
  •                       시인/ 박인걸
  •  
  • 선지학교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 망설이고 또 망설였지만
  • 달아오르는 가슴 하나로
  • 주님의 발자국을 따라나섰습니다.
  •  
  • 까마득하기만 한 거리를
  • 어떻게 달려야 할지 숨이 막혔는데
  • 반짝이는 별을 보며 걸었더니
  • 꽃다발을 받게 되네요.
  •  
  • 은혜 가득한 교실에서
  • 학문으로 맺어온 우정 가득했는데
  • 마주 잡은 손 놓아야 하니
  •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  
  • 봄에는 짙은 꽃향기가
  • 여름에는 온종일 궂은 비가
  • 가을에는 샛노란 은행잎이
  • 겨울에는 가끔 함박눈이
  • 교실 창밖에서 우리를 응원했지요.
  •  
  • 두꺼운 신학 교재를 파헤치며
  • 지식을 보석처럼 골라 담았고
  • 졸음이 눈꺼풀을 잡아당길 때면
  • 살을 꼬집으며 실력을 키워왔습니다.
  •  
  •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 조심스레 한 발자국 내디디며
  • 주님이 걸어가신 그 길을
  • 끝까지 가보려 굳게 다짐합니다.
  •  
  • 갓 태어난 노랑나비처럼
  • 아직은 날갯짓이 서툴지라도
  • 앞서가신 주님의 발자국을 밟으며
  • 골고다 언덕이라도 따라가렵니다.
  •  
  • 우리 주님은 “내가 너희를 보냄이
  •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 같도다.”
  • “그러므로 뱀같이 지혜롭고
  •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하신 말씀을
  •  
  • 양쪽 가슴에 팻말처럼 새기고
  • 갈릴리 사람이 걸어가신
  • 비아돌로로사길을 끝까지 걸어가시라.
  • 구름기둥 불기둥이 인도하시라.
  •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2023.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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