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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 40년
- 이석우 목사님 은퇴에 붙여
- 시인/ 박인걸 목사
- 칠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 빠르게 그리고 느리게 흘렀습니다.
- 바윗덩이보다 더 단단한
- 세월의 무게만 가슴에 매달아 놓고
- 시간은 새파랗던 홍안의 출렁이던 꿈을 빼앗아
- 은하수에 실어 저 멀리 가져갔습니다.
- 어느 날 홀연히 찾아온 당신을 만나
- 뜨거운 가슴을 당신의 발아래 내려놓고
- 어느 성자(聖者)의 걸어간 길을 동경하며
- 한 생애 전부를 번제 단에 올려놓고
- 스스로 산 제물이 되어 날마다 죽으며 살았습니다.
- 나는 당신의 만나에 흡족했고
- 당신의 생수에 갈증(渴症) 난 목을 축였습니다.
- 당신의 사랑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 펄럭이는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 당신의 발자국을 밟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 당신이 내게 맡긴 양 떼와 소 떼를 이끌고
- 구만리(九萬里) 길도 마다하지 않고 산 넘고 강을 건너
- 캄캄한 밤길에 넘어지고 주저앉으면서도
- 오로지 목자의 사명에 목숨을 걸고
- 한 길을 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 내 연한이 아직은 양 떼를 몰 수 있는데
- 법령(法令)에 걸려 내려앉으라 하니
- 할 수 없이 옆자리로 비켜서지만
- 일평생 당신을 위해 한 몸 바쳐 살아온 내가
- 어찌 당신 곁을 홀연히 떠날 수 있겠나이까.
- 이제는 홀가분합니다.
- 당신이 40년 지워준 십자가 이제는 내려놓고
- 당신이 계신 하늘을 바라보며 좀 쉬어야 하겠습니다.
- 그럴지라도 당신을 향한 나의 일편단심
- 여전히 깃발에 매달려 펄럭이니
- 한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당신만을 사랑하리다.
- 아직도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 당신의 이름으로 세워진 여기 이 목장이
- 반석 위에 든든히 세워져 음부의 권세가 손 못 대고
- 주께서 맡겨 주었던 양 떼 소 떼가
- 천천만만을 이루게 하시어
- 주님 재림하시는 그날까지 건재하게 하소서.
- 이석우 목사님 수고많으셨습니다.
- 부디 무병장수하소서.
-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소서.
-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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