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의 초상 또다시 봄비가 조용히 내린다.짙은 구름의 붓끝에서 하늘은 물빛으로 숨결을 그린다.젖은 가지 끝에 생명이 맺히고빗물 먹은 연초록들이 속삭인다.꽃들은 그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꽃잎마다 고요한 노래가 맺힌다.대지는 소리 없이 깊은숨을 쉬고흙냄새는 어릴 적 고향에 나를 세운다.어머니 품 같은 대지의 따스함이지친 온몸을 힘있게 끌어안는다.산허리에 앉아 쉬고 있는 구름그 위에 나는 추억을 띄운다.첫사랑의 향기와 잃어버린 이름이마음의 꽃잎처럼 다시 피어난다.슬픔까지 빗방울은 모두 씻어내고꽃잎 위에 나를 다시 앉힌다.산수화보다 더 오묘한 풍경이한 점 물빛으로 가슴에 스며든다.2025,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