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 젖다. 물소리 멎은 냇가에 서면저녁이 붓을 들고 하늘을 지운다.하루의 고단한 숨결 위로노을이 살포시 수의처럼 내려앉는다. 멀어진 석양의 끝자락에서나는 조용히 어제를 반추한다.말없이 지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더 말할 수 없는 충만함이다. 바람 한 자락에 곱게 물들어잊힌 이름을 스치듯 불러오면마음 한구석 깊은 그늘이미처 지우지 못한 그리움에 젖는다. 지금은 울지 않아도 되는 시간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는 순간나는 이 어두움도 따스하다는 것을노을에 젖으며 알게 된다.2025,5,20